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도대체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의정갈등이 지속된 지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했다. 의대생들은 등교를 거부하며 동맹 휴학에 나섰고, 교수들은 사직서를 냈다.
의료현장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병원을 떠나지 않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남아 기존보다 많은 환자를 돌봤다. 7개월이 지난 지금, 남은 의료진들의 피로도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응급실의 부담도 커졌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부가 있는 의료기관 65곳을 대상으로 비상진료체계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55.3%(36곳)가 ‘겨우 버티고 있지만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응급한 환자가 도착해도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응급실 뺑뺑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조산 위험이 있는 쌍둥이 임신부가 제주도에서 인천까지 헬기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러한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공백을 넘어 의료붕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의료진이 부족한 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파견했다는 소식에 국군의 의료체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인권센터 역시 “응급실에 응급의학과와 관련 없는 비전문 군의관을 투입할 경우 군과 민간 모두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군 의료를 붕괴시키는 군의관의 응급실 투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의협도 지난 9일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냈다. 의협은 “이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공의들의 복귀”라며 “그들은 떠나면서 7가지 요구를 했고 그중 첫 번째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다. 2025년을 포함한 의대 증원 취소가 없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의협은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의정합의 결과 공개 및 미이행 건 이행 약속, 2025년 포함 모든 증원 취소 및 2027년 의대 정원부터 공정 논의,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정책 폐기를 들었다.
이제는 누가 더 잘못했고, 누가 덜 잘못했는지를 가릴 때가 아니다. 정부와 의사 사이에서 국민은 아무런 선택권도 없이 외면만 당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계 내 갈등마저 깊어지고 있다. 명백한 의료공백이 발생했지만 해결책은 없다. 통상적으로 명절 기간 동안엔 응급실 내원 환자가 평소보다 많은 만큼, 추석을 앞둔 국민들은 연휴에 대한 기대가 아닌 걱정만 커지는 형국이다. 정부가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