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등 공정위가 관리…기한내 미지급시 제재·처벌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시행령 개정이 1년 유예되면서 유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내부 정산도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에 포함됐으나, 앞으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대금 결제를 대신하는 업무로 범위가 제한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규제의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PG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PG업은 타인 간 대금 결제를 지속적으로 대행하는 활동을 의미하지만, 전금법은 내부 정산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혼란을 초래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거래 중심의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이번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경우 PG사가 법의 적용에서 벗어났던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면서, 정부는 PG사를 앞세워 정산시스템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고자 했다.
앞서 유통업계는 전금법 개정안이 페이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도 PG업 등록을 하거나 외부 PG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잉 규제라는 목소리를 냈다.
유통업계는 업계와의 충분한 대화 없이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급격히 결정된 전금법의 PG 등록의무는 사실상 온라인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업체에 부여하기 위해 고안된 만큼 오프라인 유통업계까지 획일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의 결제대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전문 PG사들에 대해서는 정산자금 별도관리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PG사는 미정산자금 전액(100%)을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험 등을 통해 별도 관리해야 한다. 이 중 신탁·지급보증보험 방식의 경우 운용범위를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정산 자금에 대한 법적 보호도 강화한다. 우선 PG사가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PG사가 파산해도 정산 대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이용자 및 판매자 우선변제권을 도입한다.
이에따라 이커머스, 백화점, 편의점, 프랜차이즈, 여객터미널사업자 등은 PG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페이사)와 계약한 백화점·편의점‧기업형슈퍼마켓(SSM)‧프랜차이즈 등 일반 가맹점이 당장 PG업을 등록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본인 사업의 일부로서 대금을 수취한 후 내부정산을 해주는 경우까지 문언상으로 PG업에 해당될 여지가 있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등은 과도한 금융규제로 이들 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PG업에 해당되지 않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금융규제 적용에 따른 과잉규제 및 불합리한 규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다만, 급격한 별도관리 의무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규제 경과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예컨대 법 시행 후 1년까지는 미정산자금의 60%를, 2년 내 80%, 3년 내 100%를 별도 관리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통업체 등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며 “과잉 및 불합리한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에 이커머스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로 등록된 9개 업체는 PG업에서 제외된다. △티몬 △위메프 △롯데쇼핑 △인터파크커머스 △SSG닷컴 △지마켓 △11번가 △우아한형제들 등이 해당된다. 앞으로 이들 업체의 대금결제 행위는 PG업이 아니게 되므로 금융당국이 아닌 공정위의 관리만 받게 된다. 아울러 논란이 됐던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PG사로 따로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쿠팡-쿠팡페이처럼 이커머스면서 독립된 전문 PG사를 별도로 두고 있는 경우는 앞선 사례들과 다르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쿠팡페이의 경우 쿠팡 내 자금정산을 담당하고 있지만 독립된 전문 PG사로 별도 등록이 돼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정산시스템이 만연해있고, 티메프 사태의 불똥이 큰 문제 없이 굴러가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까지 일괄적용해 제도권 안에서 규제하겠다는 것은 무리수 였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오프라인 유통기업에 PG업을 따로 등록하지 않도록 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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