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치매, 용어부터 바꾸고 지적장애로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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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치매, 용어부터 바꾸고 지적장애로 인정해야
  • 김승현 기자
  • 승인 2024.09.11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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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 뜻해 부정적 이미지 강한 기존 용어 변경
노인성 치매도 지적장애 인정…돌봄 등 서비스 제공
어리석음을 뜻하는 치매라는 용어는 바꾸고 노인성 치매를 지적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Pixabay 제공
어리석음을 뜻하는 치매라는 용어는 바꾸고 노인성 치매를 지적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제공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가 합쳐진 치매라는 용어를 긍정적인 의미로 바꾸고 초고령 사회 진입에 앞서 노인성 치매를 지적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105만명에 달한다. 지난 2015년 63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살펴봐도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60세 이상 연령층 약 1315만명 중 치매환자 수는 96만 명에 이른다. 60세 이상 인구 중 7.3%가 치매환자인 셈이다. 치매환자 수는 오는 2040년경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중 전체 50~80%를 차지하는 것은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도는 증가한다. 실제 60대 후반 유병률은 2%지만, 70대 후반에는 10%까지 증가하는 등 나이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 치매환자 수가 더 늘어날 테지만, 치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최성혜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은 “치매는 뇌 인지 기능이 떨어져 스스로 어떤 일을 수행하거나 판단하기 힘들어지는 질환으로 나이가 들면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라며 “치매 진단을 받으면 경각심을 가진 채 가족 등과 생활하며 동행해야 하지만, 이를 그냥 숨기는 바람에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인성 치매를 지적장애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23년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선천적 지능 저하 및 뇌손상과 뇌질환으로 지능 저하가 온 경우만 검사를 거쳐 지적장애로 판정한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치매는 제외된다.

나정환 K&C 생명공학 박사는 “노인성 치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통해 돌봄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현 제도만으로는 포괄적인 서비스 이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인성 치매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도 장애인 이동을 위한 콜택시나 전용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치매환자 수가 늘자 시민들은 치매라는 기존 용어에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43.8%는 기존 용어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같은 기간 국립국어원 조사에서도 50.8%가 다른 용어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치매라는 용어를 바꾸고자 여러 차례 노력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용어 변경을 골자로 한 치매관리법 개정안이 8건 발의됐다. 논의 과정에서 모두 폐기됐지만, 인지저하증과 인지흐림증 및 인지증 등 다양한 용어가 제안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치매를 인지증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지난 2023년 추정 치매 환자 수가 백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치매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없애는 사회적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치매와 비슷한 이유로 병명이 바뀐 사례는 있다. 지난 2011년 정신분열증은 조현병, 지난 2014년 간질은 뇌전증으로 이름을 바꿨다. 두 사례 모두 관련 학회에서 대체 명칭이 공모된 뒤 국회 개정을 거친 바 있다.

한국치매협회는 지난 2023년 9월 노인성 치매도 지적장애로 인정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한국치매협회 관계자는 “치매로 인해 상당한 지능 저하를 겪은 자는 정신적 장애로 일상 혹은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며 “이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지적장애와 같은데 노인성 치매만 제외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꼬집었다.

치매환자 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문교육을 이수한 이를 돌봄 인력으로 투입하고 인력 예산과 인원을 늘려 이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일본과 독일에서는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각각 1800시간과 2100시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며 “실습 시간이 짧은 요양보호사가 현장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로 근무에 투입되면 치매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얼떨결에 화를 내거나 때리고 달아나는 일이 발생한다”며 전문성 함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치매협회 관계자는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해서는 인력 예산은 두터워야 하며 장기적으로 인력 배치 기준도 조정해야 한다”며 “사람(돌봄 인력)이 없으면 서비스 질은 떨어지며 방임이나 방치도 결국 인력 부족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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