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마약으로 병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약청정국이라는 '훈장'은 빼앗겨 버린 지 오래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까지 마약이 뻗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검찰청이 펴낸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마약 사범 수는 2019년 1만6044명에서 지난해 2만7611명으로 1.7배가량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은 239명에서 1477명으로 6.2배 급증했다. 청소년들에게 마약이 퍼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뜻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처럼 청소년이 의도치 않게 마약을 접하는 경우도 있으나, 최근에는 유흥가나 SNS를 통해 비교적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의 마약 투약에도 '자의성'이 드러나는 게 사실이다. 아직 인격이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호기심에 마약을 접했다가, 중독된 이후 절제하지 못한 채 폭주하듯 마약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 등에선 "경각심 강화 차원에서라도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마약 단속 프로세스에 구멍이 뚫린 것은 사실이고, 타국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은 처벌 수위는 우리나라가 마약 유통 창구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미래'인 청소년들에게까지 이미 마약이 뻗쳐있는 상황에서 '마약 대응'이 처벌 강화에만 치우쳐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많은 마약류 사범을 법 앞에 세워도 결국 그들은 법 집행 이후 우리 사회로 다시 편입된다.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마약 대응에 있어 치료·재활의 중요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치료·재활은 물론 그에 필요한 인력 양성까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나 국가기관은 전무할 정도다. 그로 인해 일부 기관에 마약 치료·재활과 관련한 과중한 책임과 업무가 쏠리는 상황이다. 참고로 2020년 마약류 사범 1만8050명 중 단 13명만이 수감과 치료가 병행되는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이게 우리나라 실정이다.
마약 치료·재활에 헌신하는 의료진과 학계에선 흔히들 마약을 '만성 질환'으로 본다. 실제로 마약은 질병과 같아서 치료·재활 없인 십중팔구 '재발'한다고 봐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성공적인 치료·재활이 이뤄질 경우 '완치'도 꿈은 아니라는 것이다. 혹여나 마약 중독이라는 병에 걸렸다 한들, 청소년들은 변함없는 국가의 미래다. 국가는 이를 인지하고 마약 범죄 처벌과 함께 이뤄지는 '치료·재활' 프로세스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