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주의 강화 EU는 후퇴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K-배터리가 올해 2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이 독보적인 가운데 일본 역시 공격 투자에 나서면서 향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14.7%), 삼성SDI(7.1%), SK온(4.3%) 국내 3사 합산 점유율이 지난 1분기 30.3%에서 26.1%로 하락했다. 각 사 순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2위, 삼성SDI가 4위, SK온이 5위에 올랐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의 CATL이 29.8%에서 31.6%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를 유지했고, BYD(비야디)는 11.1%에서 11.9%로 상승하며 3위를 기록했다. 출하량을 기준 점유율로 따지면 CATL과 BYD가 각각 35.9%, 16.5%로 1~2위를 차지. 국내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 12.1%로 3위, 삼성SDI가 4.3%로 5위, SK온이 3.5%로 8위를 기록했다.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52.4%)이 국내 3사 합산 점유율(19.9%) 보다 약 2.6배 더 많았다.
일본 대표 배터리 기업인 파나소닉은 매출액 기준 3.1%로 7위, 출하량 기준 4.2%로 6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내부적으로 완성차 업체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치중하고 있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2차전지 대량 양산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통해 업계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전략적인 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주변국들과의 경쟁 외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환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부합하는 경영 전략으로 급선회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 포드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제조사와 협력해온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양산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면 일자리 수가 늘어나고, 소비를 진작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된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려다 내부에서 역풍을 맞고 중국과 물밑에서 정치 협상에 나섰다. EU는 이미 수차례 추가 관세율 폭을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자동차 기업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이 높아질수록 유럽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으로서는 글로벌 정세 변화가 단기적으로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미 미국이나 EU 곳곳에 현지 생산 시설을 골고루 구축하는 다변화 전략을 택한 터라 대응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