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흔히 독서의 계절로 불린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 쾌적한 날씨는 집중적인 활동에 몰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많은 자기계발서와 교육 관련 서적은 독서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로 꼽는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와 같은 글로벌 리더들도 독서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해 왔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인 이어령 교수 또한 독서를 지적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0대 청소년이다. 이는 대학 입시나 교육적 목표를 염두에 둔 성인들의 지도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독서 인구 비율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왜일까. 독서의 유익을 느낀다면 그 비율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이다. 그 원인은 10대에 독서를 '활자'로만 받아들이고, 깊이 있는 사고와 연계되지 못하여 유용성을 느끼지 못해 비독서 인구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교육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학습 방식 중 하나는 책을 단순히 '활자'로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학습자가 책에 담긴 배경이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내용 자체를 사고하고 활용하려는 시도 없이 그저 정보를 수동적으로 스치기만 한 것이다.
학교의 교과서는 '시험'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활자를 암기하려 노력하고, 기출 문제와 같은 인위적인 응용을 통해 최소한의 사고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활자는 기억에 각인되고, 사고 속에서 융합되어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교과서 밖의 독서는 이와 같은 과정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이나 평가의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는 독서의 과정이 깊이 있게 이뤄지지 않으며, 사고의 과정이 생략된다. 결국 학생은 활자를 스칠 뿐이고, 책에서 어떤 유용성도 얻지 못한 채 덮게 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독서에 대한 흥미도 사라지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자발적인 독서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의 독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할 방식은 '독후감'이다. 독후감은 독서 지도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학생들이 책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단순한 소감을 쓰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독서 지도는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사고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창출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식은 바로 '토론'이다. 특정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책의 처음과 끝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 짧은 템포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고의 깊이가 확장된다. 토론을 이끄는 지도자의 수준이 높다면, 학생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얻지 못했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독서가 아닌 사고를 자극하는 창발적 활동으로 나아가게 된다.
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 부모나 교사가 함께 읽기 버거운 도서가 많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독서에 대한 부담이 적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랬을 때 대학 입시 면접이나 고등학교 생활에서도 독서의 유용성을 높일 수 있다. 서울대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신입생들의 서재'를 공개하며, "서울대는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립니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한 학생이 아니라, 위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책을 활용하여 제대로 된 사고를 한 학생을 의미한다.
독서 습관은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적 유산이 될 수 있다. 독서는 활자를 넘어 생각을 키우는 도구가 되어야 하며, 그랬을 때 10대를 넘어 오랜 시간 책과 함께 현명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