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이후 3년2개월만에 긴축 종료 가능성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추고,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이뤄지면,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무려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떨어져 긴축의 제1 목표인 '2% 상승률'이 달성된 데다, 민간 소비·투자를 비롯한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불안이 커지고, 미국까지 앞서 지난달 빅컷(0.50%p 인하)에 나선만큼 한은이 정부·여당 등의 압박 속에 더 이상 인하를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하 전망의 주요 근거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안착, 민간 소비 등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 우려가 주로 거론됐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9월 물가 지표 발표 직후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돌다가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으로 2% 안팎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0.25%p 인하를 점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1.6%로 한은 목표치(2%)를 밑돌기 시작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경기의 경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율까지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하회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 우려는 약해졌지만, 점차 성장 둔화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민간 소비나 투자, 체감경기 등 경기 흐름을 고려할 이미 금리가 인하됐어야 한다"며 "하지만 한은은 최근까지도 여전히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고 내수도 회복세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기나 성장 부진을 명분으로 내세우기가 애매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측면의 명분이 아니라면 결국 물가 상승률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작 정도를 한은이 피벗의 근거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문가는 "한은이 정부·국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높은 금리와 물가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압박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안다. 더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경기 진작 차원의 금리 인하 결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