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광호 기자 | “남편과 53년간 혼인 생활을 해오다 남편이 사망하니, 자식들이 과거 남편이 저에게 증여한 아파트를 유류분반환 청구 대상으로 삼아 지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생전에 저에게 준 재산도 유류분반환 대상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상속 과정에서 배우자가 생전 받은 증여가 유류분반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이 유류분을 이유로 부모에게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원은 배우자의 생계 유지와 부양 의무를 고려해 이를 제외하는 판결을 내린다고 조언한다.
엄정숙 민사 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배우자가 받은 재산은 상속재산으로서의 성격과 동시에 그들의 기여와 생계유지를 위한 보상 성격이 강하다”며 “이러한 사안에서 법원은 유류분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판단해 기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녀들이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경우, 피상속인(돌아가신 아버지) 배우자의 생존과 생활 안정이 법적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민법에 따르면,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자가 있는 경우, 그 재산은 상속분의 일부로 미리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우자가 받은 재산은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이며, 배우자의 기여와 생계를 위한 필수 자산이라는 점에서 자녀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기 어렵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판례(2020가단32073 사건)에서는 자녀들이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다. 법원은 ① 53년간의 혼인생활 동안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는 점 ② 배우자의 생계 유지를 위한 필요성 ③ 자녀들이 부모를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에 기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배우자가 받은 증여가 유류분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자녀들이 유류분 청구를 하는 것이 배우자의 생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자녀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자녀들의 유류분 청구를 권리남용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엄정숙 변호사는 “유류분 제도는 상속인의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배우자의 재산을 유류분 반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배우자가 생전에 받은 증여는 유류분반환 대상이 아니며, 자녀들의 유류분 청구가 권리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