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대기업 비롯 주요 이슈 기업 소환
무더기 소환에 병풍 세우기·면박 국감 우려감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7일을 시작으로 국정감사가 막을 올리면서 재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도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첫 국감인만큼 여야 의원들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열기가 뜨거워 재계의 부담감도 더 커지고 있다.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질책하는 호통 국감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감도 팽배하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161명이 출석한 예정인데 이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35명을 국회로 호출하는 등 올해 국감도 어김없이 기업인들이 줄소환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참고인으로 소환된다. 국민연금공단이 KT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른 현대차의 경영권 행사와 향후 추가 지분 매입 여부 등에 대한 질의를 위해서다. 김영섭 KT 대표, 김승수 현대차 부사장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도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중저가 단말기 유통 확대 논의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6종의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연내 3종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지난 국감에서 국내 중저가 단말기가 2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확대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모두 국감 참석요구에 불응했다. 김 대표와 장 회장은 해외 출장, 최 회장은 중요 이사회 참석을 사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수장들도 이름을 올렸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산업기술 유출을 예방·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최근 삼성전자가 4조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 D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전직 임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각각 대기업의 중소·중견기업 교란행위, 카카오택시 수수료 관련해 증인으로 부른다.
정무위원회에서는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세운다. 한화그룹 경영 승계 과정의 합법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김 부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에너지 공개 매수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증인 채택에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과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은 각각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안의 소액주주 권익 침해 관련,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다. 또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도 증인 명단에 올랐다.
향후 여야 간 합의로 증인·참고인 추가 채택 가능성도 있어 재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올해 국감은 증인·참고인 채택이 대거 추진된데다 상임위 간 겹치기 증인채택도 이뤄졌다. 이에 효율성 문제와 함께 기업인을 상대로 '병풍 세우기', '호통 국감'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례에 비춰봤을 때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도 대기만 하다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질문 대신 호통만 치며 망신을 주거나 현안과 관련없는 질문, 답변 자르기 등도 매해 국감마다 반복돼 왔었다. 실제 국정감사NGO모니터링단의 '2023년 국감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감 피감기관장 791명 중 164명은 단 한 번의 질의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