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기 불안 원인...반도체 직격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 산업, 특히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한국 증시를 놓고 ‘비중 축소’ 의견을 앞다퉈 제시하면서 외인 투자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외인들은 9조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던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들어 11일까지 한국 주식 4조57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6조4080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증시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39.61포인트, 코스닥은 69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지난 9월 외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8조620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9조원에 가깝다. 과거 ‘10만전자’를 부르짖던 증권가의 호기가 무색할 정도로 삼성전자는 9월 내내 6만원대를 횡보하다 10일에는 장중 6만원 선이 깨졌다.
외인들이 삼성전자에 등을 돌린 이유는 엔비디아 납품 지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경쟁에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크게 뒤쳐진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외신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현장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최종 엔비디아 인증을 받더라도 납품 규모는 많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외인들이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처분한 종목은 기아(2468억원), 하나금융지주(145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셀코리아’ 현상이 가속화하며 코스피 지수도 지난 3분기에만 204.55포인트 녹아 내렸다.
투자은행인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낮춰 잡았다. 인공지능(AI) 수혜주 상승 랠리가 약세를 보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불안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부진의 매크로적 원인은 G2 경기불안”이라며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 경기 침체 공포가 유입됐고, 중국은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