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친환경 마케팅 늘지만 그린워싱 구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기업들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이 중요해진 시대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는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면 환경 보호를 위한 텀블러나 에코백 사용을 권장하면서 각종 브랜드 굿즈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이채은 광운대학교 정보과학교육원 외식경영학전공 주임교수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에서 꼬집는 연구를 진행한다. 최근 소비자들의 친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마케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그린워싱을 구분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교수는 <매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특히 무더웠던 여름을 겪으며 기후 변화의 경고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실임을 느낀 소비자들이 많다”며 “기업들도 친환경 마케팅을 확장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친환경 마크가 아닌 자사 마크를 사용하거나,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숲이나 동물 이미지를 사용해 이미지만 강조하는 마케팅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행위를 친환경인 것처럼 위장해 홍보하는 형태다. 이 교수는 마치 매연을 내뿜는 공장의 굴뚝을 녹색 페인트로 덮어 환경 보호를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과 대응수준은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국내 그린워싱 적발건수가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는 494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논란이 됐던 그린워싱의 사례는 국내 한 생수 회사가 SNS 광고에서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판매하면서 멸종위기 동물의 그림을 새겨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이다. 광고에서는 마치 그 생수를 사면 해양 생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으나 실제로 플라스틱 페트병이 해양 생물에게 미치는 해악에 대한 설명은 현저히 부족했다.
아직까지 국내에 그린워싱을 직접 제재하는 법률은 없다. 이 교수는 “통일된 규정이 없어 그린워싱에 대한 책임의 입증이나 판단 기준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한 법률 및 규제를 정비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를 사전에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ESG 공시 의무화 시기가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에 옮기고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ESG 경영을 중시하고 RE100 캠페인을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에게는 기후 공시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탄소 배출에 대한 명확한 규제와 일관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자발적인 기후 공시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기업이 소비자들은 유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굿즈 판매는 기후 위기 시대에 오히려 쓰레기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다. 거창한 목표와 비전을 내세우기 보다는 위장환경주의로 인한 그린워싱을 피하고 진정성 있는 친환경 실천이 중요하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한 마케팅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단계적 실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교수는 “기후 위기로 인해 지금은 북극곰이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그 눈물은 우리에게 돌아온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접근 방법을 통해 북극곰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