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만 피해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매년 국정감사에서 유통 기업의 플랫폼 갑질, 가품 판매, 수수료 인상 등이 논란이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유통업계의 이슈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와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석해 비슷한 답변을 반복하며 돌아갔다. 이렇게 기업 경영진이 국정감사에 참석해 망신을 당하고 있지만, 실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 기간 외에는 정부의 감시가 느슨해 기업들이 국정감사만 넘기면 된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플랫폼의 갑질로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오르기 마련이고, 가품이 버젓이 판매되면 속는 것도 소비자들이다. 레이장 알리 대표의 경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판매 제품의 유해 물질 검출 관련 혐의로 국감 증인에 채택됐다. 지난해에도 가품 유통 논란으로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시정하겠다고 답했으나 올해 비슷한 질타를 또 받은 것이다. 당시 레이장 대표는 가품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올해 국정감사도 레이장 대표는 해킹 노출, 가품 판매,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 집중 추궁받았다. 그는 반복적으로 “AI 알고리즘을 발전시켜 막도록 노력하겠다” “기대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장에 대표가 직접 서서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를 의식한 듯 이철규 국민의힘 위원장은 “책임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벼러도로 위원회 결성을 해서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있을 수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으면 종합 국감 때 다시 불러 확인할 수 있다”고 꾸짖었다.
배달앱 수수료도 단골 소재다. 지난해 함윤식 우아한형제들(배민) 부사장은 광고 상품 ‘울트라콜’이 사업자 간 무리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울트라콜이란 배민에 입점한 사업자가 월 8만8000원을 내면 매장 주소지 외에 원하는 지역에 가게를 노출할 수 있는 광고 상품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영업 지역이 아닌 곳에도 가게를 알리기 위해 출혈 경쟁이 발생하고 사업자에게 부담을 지운다”며 “이를 통해 배민이 1년에 거둬가는 수익이 7000억 수준이다.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서민의 고혈을 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임시 대표가 직접 국감장에 올라와 울트라콜에 대해 같은 질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피터얀 대표는 “작년 국감장에서 관련 지적을 받은 뒤 시정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검토를 진행해왔으나 아직 결정된 사안은 하나도 없다”며 답을 회피했다.
매년 국감에서 기업인들이 문책을 당하지만 정작 개선되지 않는 것은 국감 자체가 ‘혼쭐 국감’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6일간 17개 국회 상임위원회가 802개 부처∙공공기관∙공기업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면서 증인∙참고인을 출석시키고 있다. 이 중 현직 기업 총수나 임원이 증인으로 나오는 경우는 매년 늘어나 올해는 159명에 달했다. 이들은 수 시간을 대기해 증인석에서 불과 한두마디의 답을 하고 내려간다.
또한 국정감사 기간에는 수많은 이슈가 쏟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시정하겠다고 답변한 뒤 금세 잠잠해지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스스로 반복되는 이슈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개선해야한다”면서도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상설화하거나 피감기관을 배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 필요가 있고, 정부도 국정감사 기간만큼 평소에 기업에 대한 감시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