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올해 국정감사로 유통업계의 갑질 및 관리 소홀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정부 및 정치권이 대대적인 단속과 대책마련에 돌입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들의 가맹점주 갑질, 짝퉁 상품 및 불법 의약품 유통, 식품위생법 및 고용노동법 위반 등 행태를 밝히며 비판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국감에서 짝퉁 상품 관리 소홀로 뭇매를 맞았던 온라인 플랫폼 업체는 올해엔 불법 상품 유통으로 질타의 중심이 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치인들은 약사법에 따라 약국에서만 팔 수 있는 의약품이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버젓이 유통 된다고 밝혔다. 또 국내 소비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엔 불법 화장품, 식품까지 무분별하게 판매된다고 덧붙였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상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음식 가격을 올리면서 결국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지적이다. 또 배달 플랫폼이 자사 어플에 가게 순서를 상위 노출하는데 절대 권한을 가진 것에도 규제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다.
음식물 보존 및 유통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식업계에 식중독 사례가 꾸준히 증가한단 점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상위 10개 업체 커피 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이 2020년 76건 대비 약 2.5배가 늘어난 188건이라고 발표했다.
각 업계에 관리 미흡 사례가 줄지어 나오면서 정치권 및 정부는 규제 칼바람을 예고했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 의료기기가 불법 유통되는 사안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통관검사 관련해서는 지금 협업 검사를 위해 세관에 인력을 더 파견하려고 하고 있다. 관세청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한 온라인 유통 대기업에서 노동자들이 격무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른 사안을 두고, 내달 7일까지 산업안전 관련 기획 감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배달 플랫폼을 특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출, 이용자 수, 점유율 등 기준을 수립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고 ‘이용약관 신고제’ 및 ‘중개수수료 상한제도’ 등 도입을 통해 소상공인과 이용자 부담 경감에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치권의 도 넘어선 망신주기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기기 수입 유통 업체 관계자는 “상품 통관에 걸리는 시간은 1일부터 15일 까지 소요돼 편차가 매우 크다. 가뜩이나 통관 시간이 불확실한데, 불법 제품 단속 강화로 합법적인 제품까지 조사하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온라인에 입점한 건기식 제조사 관계자는 “나날이 진화하는 불법 상품 유통 문제는 사실 민간업자인 플랫폼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단속은 수사당국, 규제 입법은 국회의원의 역할인데 그 책임을 기업에게만 전가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