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재조정시 연내 ETF 상장 어려워 질 수도”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한국거래소가 다음달 상장 예정인 밸류업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거래소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에게 지수 편입 종목 조정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현업과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연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자산운용사 등 현업에 코리아밸류업 지수 포함 종목의 재조정(리밸런싱)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연내 리밸런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던 바 있다. 당초 내년 6월 리밸런싱 예정이었지만 최근 지수 포함 종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거래소가 시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종목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기초로 발행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연기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ETF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를 추종하는 지수의 종목 구성이 바뀌면 상품 내용 변경 등에서 비롯된 비용 탓에 업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현업과 소통하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예정된 일정(11월)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1월 중 출시 예정이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추종 ETF들이 많이 나와 있는 S&P500지수 등도 종종 종목 조정을 거친다”며 “시장에 큰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밸류업 ETF 투자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개인투자자 A씨는 “일단 현재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이 코스피200 등 기존 지수와 다를 것이 크게 없는데다, 적자를 보고 있어 주가수익비율(PER)조차 산정할 수 없는 기업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해외 S&P500, 나스닥100 등과 한국의 고배당 은행주, 이차전지 등 이미 입증을 거쳤거나 유망한 국내외 상장 ETF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8일 밸류업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15포인트(1.10%) 내린 1003.20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대비 20포인트 넘게 빠졌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증시 흐름이 부진하면서 밸류업지수도 힘을 받지 못했다”며 “일부 종목은 밸류업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상승했었지만 발표 이후 특별한 시장 반응이 없다 보니 단기 부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미편입 종목의 상승세에 대해선 “밸류업지수 재편입을 위해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신한금융지주, 현대차 등 포함된 코리아밸류업지수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실시간 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1월 2일을 기준으로 1000포인트를 소급해 적용했다. 또 매년 6월(선물만기일 다음 거래일) 정기변경을 통해 종목을 교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