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제한 않기로···韓, 김 여사 관련 조치 요구할 듯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줄곧 요청해 온 윤석열 대통령과의 '개별 만남'이 오는 21일 성사된다. 이 자리에서 오랜 기간 여권의 발목을 잡아 온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의정 갈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오후 4시 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면담한다. 지난달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을 계기로 '대통령과의 개별 만남'을 처음 요청한 지 꼬박 한 달 만이다.
당시 한 대표가 요청한 면담 방식은 '독대'였지만, 이번 만남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차담회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이 정 실장 배석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해 한 대표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지난 1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전했다. 다만 친한동훈(친한)계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JTBC 뉴스에 출연해 '당에서도 박 실장이 배석하는 4자 면담을 타진했지만, 대통령실이 불편한 반응을 보여 양보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양측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논의할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여권에선 이번 면담의 핵심 의제는 단연 '김 여사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검찰이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을 연일 불기소 처분하면서 여론의 공분에 직면해 있고, 이것이 당정 지지율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당에선 당정이 이룬 성과가 김 여사발(發) 리스크에 연일 묻히는 형국에 대한 우려가 증폭, 이 문제를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JTBC 뉴스에서 "(당정이) 굉장히 잘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김 여사의 블랙홀에 묻혀서 다 빨려 들어가고 있어서 당으로서는 더 이상 이렇게 갈 수는 없다"며 "앞으로 2년 반을 이대로 갈 수 없지 않느냐.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할 김 여사 관련 조치로는 크게 △김 여사 공개 활동 중단 △대통령실 내 '여사 라인' 정리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협조 등이 거론된다. 당내 한 친한계 인사는 <매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가 무슨 요구를 할지 (언론 보도에) 다 나왔다"며 "한 대표가 민심을 그대로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독대 일정이 정해진 것과 관련해 "변화와 쇄신 필요성, 그리고 민생 현안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측이 면담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은 만큼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과 낮은 국정 지지율, 10·16 재보궐선거에 대한 평가, 거대 야당의 특검 공세에 대한 대응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논의를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나눌 거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