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 위기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삼성 반도체 수장은 이례적인 '반성문'도 썼다. 반성문을 썼기 때문에 위기라는 게 아니다. 곪아온 염증을 터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만 9조원이 넘는다. 이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맞다. 그러나 전망치 하회가 전례 없는 위기감을 불러왔을까? 엔비디아 납품 지연이 전에 없던 위기설을 낳았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코어는 조직문화 변질에 따른 '내부 동요'로 생각된다. 작금의 삼성은 조직과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서부터 자조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다. 삼성 특유의 사기 진작이 사라지고 조직문화가 병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그럼에도 문제해결 방식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임원 주6일 근무와 조직력 강화를 위한 등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의 노동 집약적이고 획일적인 문화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삼성은 과거 이건희 회장이 있을 때와 결이 다르다"며 "인재 한명 한명을 소중히 하기보다 군대식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사무실 금연과 '7 to 4' 등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시도하고, 주도했던 기업이다. 최근 삼성의 잇단 행보를 보면 주도하기보다 거꾸로 따라가는 패턴을 보인다. 신선한 조직문화와 창의성 증진은 빛 바라며 혁신 DNA가 동력을 잃어가는 게 아닐까 한다.
시대는 변했다. 미래 중역으로 성장할 젊은 직원들, 소위 MZ세대들은 '소통'과 '성과 보상 제도'를 중시한다. 모 그룹은 비상경영 속에서도 MZ세대의 이탈을 우려해 기존 복지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연 삼성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은 인력 구성 변화와 시대 트렌드를 읽고 있는지 의문이다. 젊은 인재들이 싫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현호 사업지원 T/F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대대적인 인사, 보상제도의 혁신을 요구했다. "현재 신인사제도 이후 승진의 메리트, 보상 등이 사실상 전무해지며 일을 해야 할 이유를 많은 직원들이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반면 초기업 노조의 지적대로 '보신주의 리더'는 팽창하면서 삼성의 경쟁력 저하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삼성은 위기극복을 위해 첫 번째로 내부의 동요를 잠재워야 한다. 리더 위주가 아니라 전체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