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부정적 전망 내놔…“고부가가치 사업 필요”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한국이 수출 반등에 맞춰 전반적인 회복세로 나타나고 있지만, 곳곳에서 발생한 분쟁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기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회복이 나타나면서, 내수까지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낙관론에 불과하다. 아직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자재 수급과 공급망 다변화 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2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10월은 조업일수 감소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어든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7억6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3.3%), 철강제품(-5.5%), 석유제품(-40.0%), 선박(-16.2%), 무선통신기기(-21.7%) 등 대부분이 감소했다. 반면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는 36.1% 늘었다.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작년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뒤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오고 있다. 조업일수 감소 여파로 무역수지는 10억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위축이 나타났음에 불구하고, 전반적인 수출 기조는 기업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반등하고 있는 현상은 공급망 전반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면서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분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가져온 우크라이나 전쟁도 지속됐다. 원유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분쟁이 발생했다. 핵심 원자재를 직접 생산하지 못하는 한국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실제 기업들의 불안감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일부터 13일까지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66.3%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요인으로 인식했다. 이중 23.7%는 사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고, 3.1%는 사업 존속에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43.1%)’가 가장 많았다. ‘물류 차질과 물류비 증가(37.3%)’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현지사업 중단 및 투자 감소(8.1%)’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주요 교역국 피해 사례도 관측된다. 대 중국 교역기업의 30%는 ‘해외시장 접근 제한 및 매출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러시아 진출 기업의 54.5%는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 리스크’ 피해가 주를 이뤘다.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고 있던 기업들의 수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다수 존재했다.
유럽연합(EU)과 중동 진출 기업들은 물류 부문에서 타격을 입었다. 중동 국가들의 분쟁 여파로 수에즈 운하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남아프리카 바닷길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가야 하는 만큼,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기업 전반적인 전망도 부정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묻는 질문에 대해 40.2%의 기업들이 ‘지금 수준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기업도 22.5%를 차지했다.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7.8%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경기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내수 시장 강화 수단을 선택했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수출 회복과 내수 강화 정책은 별개의 문제다. 원자재 수급을 해외에 의존하는 만큼, 내수는 수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결국 수출과 수입 부문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본적인 대책은 공급망 다변화다. 통상 세계 주요국의 분쟁에 가장 큰 변동가능성을 가진 부문은 원자재다. 분쟁 국가에서 생산하는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각 세력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이마저도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자체적인 핵심 원자재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역 의존도가 높다. 결국 글로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및 상품을 기반으로 가공수출하는 방법뿐”이라며 “고부가가치 무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의 니즈에 맞춘 자체적인 기술력 향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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