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탄핵 가결 불구 이틀 연속 하락…외인, 7거래일 연속 주식 팔아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한미 양국의 증시가 극명한 ’디커플링‘을 이루고 있다. 미국 증시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증시는 실적악화, 원화약세, 외인이탈 ’3중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나스닥종합지수는 247.17p(1.24%) 뛴 2만173.89에 장을 마쳤다. 이는 사상 최고치로 반도체 등 기술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주요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3일 3% 넘게 뛴 데 이어 이날도 2% 넘게 급등했다. 마이크론이 5%, 마블테크놀로지는 3% 이상 뛰었다. 테라다인도 5%가량 올랐다.
브로드컴은 11% 급등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1.68%)를 위협할 회사로 꼽히면서 상승했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처럼 자체 AI 칩을 개발하지 않지만, 빅테크와 각각의 맞춤형 칩 개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 3곳과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이들 기업은 구글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의 바이트댄스로 알려졌다. 테슬라 또한 6.14% 오른 463.02달러에 마감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는 지난 14일 탄핵 소추안 가결에도 불구, 2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17일 오후 3시 9분 기준 코스피는 2458.35로 전 거래일(2488.97) 대비 1.23%(30.62p) 하락했다.
하락을 이끄는 것은 역시 ’외인‘들이었다. 외인들은 이날 6000억원 이상 매도세를 보였다. 17일 오후 3시 10분 기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팔은 주식은 6411억원이다. 지난 9일(1049억원 매수) 이후 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탄핵정국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음에도 글로벌 경기와 각국의 통화정책으로 외인들이 관심이 쏠려, 3중고를 겪고 있는 코스피를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은 해당 분석에 대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 2만3137곳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4.3%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1분기 1.2%에서 2분기 5.3%로 상승했으나, 3분기 들어 증가 폭이 4.3%로 둔화했다.
특히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7.3%에서 올해 3분기 4.9%로 낮아졌다. 비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6%에서 3.5%로 높아졌다. 제조업 중에서는 기계·전기전자(20.7→13.7%)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와 수출단가 상승에도 PC, 스마트폰 등 범용 반도체의 수요가 더디게 회복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석유·화학(6.6→-1.0%) 업종은 제품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 지속 등으로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4분기 실적 예상 또한 회의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42곳의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614조5950억원, 영업이익 예상치는 41조12억원이다. 한 달 전 전망치보다 매출은 1.12% 줄었고, 영업이익은 2.13% 감소했다. 순이익은 29조7823억원에서 28조2902억원으로 5.01% 감소했다.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된 원달러환율 역시 코스피를 떠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17일 오후 3시 16분 기준 원달러환율은 1439.00원으로 전 거래일 주간종가(1435.0원)대비 4.0원 올랐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대응에 문제 없다”고 말했지만, 1400원대 환율은 가볍게 보기는 어렵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긴 것은 1990년 환율변동제를 도입한 이래 1997년(외환위기),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레고랜드 사태, 미국 금리인상) 등을 포함해 총 4차례에 불과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거 1400원대 환율이 외부 변수에 따른 위기였다면 현재는 미·중 패권경쟁과 ‘트럼프 2기’ 출범이란 외부 변수뿐 아니라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는 데다 ‘탄핵 정국’이란 내부 변수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또한 외환위기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요육액은 4153억9000만달러다. 2021년 10월(4692억1000만달러) 이후 3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환보유액이 상징성을 지닌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자본 유출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