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김용현, 노상원 통해 문상호에게 비밀 임무 지시"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에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만나 사전 모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사령관을 역임한 노상원 예비역 소장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접수하고, 북파공작원 (HID) 등 정보사 병력을 계엄군으로 동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해 내란 혐의를 받는 문상호 사령관을 체포했다. 문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역 인근 롯데리아 지점에서 정보사 대령 2명과 노 전 사령관을 만났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하거나 이들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해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보사는 지난 3일 오후 8시 30분에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로 10명의 병력을 출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 계엄 발표 2시간 전부터 이미 선관위로 정보사 병력이 향하고 있던 셈이다. 정보사가 밝힌 선관위 정문 도착 시간은 오후 10시 30분쯤으로, 윤 대통령 계엄 발표 이후 단 5분만이었다.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 핵심 기획자로 지목받고 있다. 정보사는 북한 정보를 다루면서 북한 관련된 공작, 침투, 요인납치, 암살 등 비밀스런 임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정보사는 외부 노출을 엄격히 금지해 군 안에서도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된다. 이러한 극비리의 정보사 조직과 운영에 대해 정통한 인물이 노 전 사령관이다.
여기에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육군사관학교 41기인 노 전 사령관은 육사 38기인 김 전 장관보다 3기수 후배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김용현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한 육군 대장 출신으로 군 전문가다.
민주당은 김 전 장관이 사실상 노 전 사령관을 통해 정보사를 장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문 사령관의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지난 17일 "노상원은 일명 '돼지부대'로 알려진 HID와 암살조 등 북파공작부대를 사실상 조정·통제했다고도 한다"고 주장했다. HID는 정보사 소속 부대다.
실제 문 사령관은 HID의 계엄 동원을 본인의 직속상관인 합참 정보본부장과 합참의장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위원회에서 문 사령관은 '상급자한테 왜 보고 안했냐'는 김병주 의원 질문에 "장관한테 받은 임무 관련돼 보안 유지 차원이 있었다"고 답했다.
전현직 정보사령관의 롯데리아 회동과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방부 장관이 바로 정보사령관에 임무를 준 것보다는 노상원을 통해서 이렇게 비밀리에 12월 1일 점심때 만나서 얘기하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사전 모의 장소로 롯데리아를 선택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리아는 다른 패스트푸드점보다 저렴해 군인들이 선호한다. 군대에서 특식으로 나오는 햄버거를 '군데리아'라고도 부른다. 많은 대중들과 섞이기 쉬워 오히려 남들이 의심하지 않는다는 특성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