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안정주 기자] KT&G가 담뱃값 인상에 앞서 출하한 담배를 인상 이후 팔아 생긴 ‘재고 차익’ 수천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KT&G 관계자는 지난 14일 “올해 초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일회성 재고 차익이 발생했다”며 “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 사업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KT&G는 정확한 재고 차익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재고 차익 등으로 3300억여원의 재원을 마련해 앞으로 4년간 사회공헌 활동에 쓸 계획이다.
세부 사업별 투자 예정액은 △ 소외계층 교육·복지 지원 1300억원 △ 문화예술 지원 1300억원 △ 글로벌 사회공헌 및 소비자 권익 보호(흡연환경 개선 사업 등) 700억원 등이다.
KT&G 관계자는 “이번 담뱃세 인상으로 담배수요가 약 34% 줄어 KT&G의 향후 5년간 수익도 약 2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 대비해 일회성 재고 유통수익이라도 재투자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KT&G의 설명에 따르면 담배제조사는 일반적으로 원활한 공급을 위해 항상 일정 수량의 ‘안전 재고’를 두고 있다. 수십 가지 종류의 담배를 많은 소매점에 끊이지 않고 공급하기 위해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로 어느 정도 물량을 보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1월 1일자로 담배 1갑에 붙는 제세부담금(세금·건강증진기금 부담금 등)이 1550원에서 3318원으로, 1768원(4500원짜리 담배 기준)이 늘자 이 재고에 자동적으로 이익이 더해졌다는 게 KT&G의 설명이다.
올해 출고됐다면 갑당 3318원의 세금·기금을 내야하지만 작년에 출고된 안전 재고의 경우 갑당 1550원의 세금·기금만 납부했으니 갑당 1768원의 차액이 생긴 것.
전체 세금 차익 규모는 작년 말까지 남아 있다가 올해 유통된 안전재고 물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단순 계산상으로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담배제조사 전체 재고 차익으로 6000억원이라는 추정 값이 거론되고 있지만 담배 제조사가 재고량 등을 영업비밀에 부친 상황에서 사실 여부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KT&G의 판매마진도 해가 바뀌면서 1갑당 50원(4500원짜리 담배 기준)정도 늘었지만, 이는 생산·출고 시점이 작년이건 올해건 관계없이 KT&G가 편의점 등 유통업체에 담배를 넘길 때 붙는 만큼 재고에 따른 차익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특히 KT&G는 이 같은 재고 차익이 결코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오히려 판매점 공급량을 평소 대비 104% 수준으로 늘렸고, 같은 해 12월 16일 정부가 고시를 수정한 이후에는 120%까지 확대했다”며 “동시에 공장 출고량은 30% 이상 크게 줄여 보유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