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서영상 기자] 서방국가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지난 16일 전격 해제되면서 세계 각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은 인구 8000만 명에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1위, 4위인 자원대국이다. 게다가 전후 복구 사업과 노후시설 교체 등 사회 기반 시설 건설에만 1000억 달러 넘게 쏟아부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중동에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중국·일본은 물론 제재에 앞장섰던 유럽의 기업들도 벌써부터 이란에 쇄도하고 있다.
28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유럽 순방길에 나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큰 선물을 안겨줬다. 이란과 이탈리아 양측이 체결한 경제협력 계약 규모는 170억 유로(약 22조원)에 달했다. 또한 프랑스와는 국영항공사 이란에어가 에어버스와 항공기 114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23일엔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이란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같은날 테헤란에서 열린 하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014년 기준 520억 달러(약 62조원)인 교역 규모를 10년 내 6000억 달러(약 720조원)로 11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그는 서방이 경제제재 해제에 합의한 이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다.
일본 정부 또한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방문 요청에 응하는 형태로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이전에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한·중·일 삼국 중 중국과 일본의 대(對) 이란 경제 교역이 빠르게 추진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이란과의 교역 활성화 노력은 더디기만 해 보인다. 정부는 당초 다음 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파견 계획만 밝혀왔다.
이에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 27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방문 시기·추진 배경을 두고는 “확정되면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 뒤늦은 감이 있다.
정부와 우리·기업은행 등 금융권 과·차장급 실무자들이 오는 30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이들의 목적은 이란과의 금융거래 때 미국의 제재법령으로 인해 달러화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에 기존의 원화 결제 시스템 유지 유로화 등 다른 국제통화를 이용한 결제 확대 문제 등을 협의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한 원화 결제로만 이란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미시적 차원의 대 이란 경제 교역 활성화는 민간과 정부 각 부처가 서로 협력해서 잰걸음을 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국가원수 차원에서 이란과의 재빠른 통 큰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란계 은행인 페르시아은행(Persia International Bank)이 서울지점 설립을 추진하고자 최근 당국에 관심 의사를 표명해 왔다고 한다.
서둘러 그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침체된 한국 경제에 중동 특수 바람을 일으켜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