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제리제 관리비를 풍원개발 매출로 산입했다”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강남 샹제리제센터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가 폭로된 가운데, 한때 이 빌딩 관리사무소 소장을 지낸 A모(57)씨가 자신의 부당해고와 관련해 노동위원회에 제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A씨는 빌딩위탁관리업체인 풍원개발 측이 자신을 부당해고 시킨 이유가 현재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소유자대표회의 전 회장인 고모씨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 것들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지난 6월30일 A씨를 직접 만나 그간의 있었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9월 부임한 A모 소장, “이상한 회계 방식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주장
(주)풍원개발 문홍근 대표에게 시정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부임 한달만에 해고
A씨는 조심스러워했다. ‘이미 지난일인지라 혹여 다시 그때(?)일과 엮일까’해서다. 또 ‘현재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을 지내고 있기 때문에 자칫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명예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렵사리 운을 떼기 시작했다.
부당해고 당한 A소장, “이상한 점 한 두가지 아니었다”
A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초 샹제리제센터 관리사무소 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부임한달 만에 해고를 당하는 황당하고도 경악스런 수모를 당했다. A씨는 그 즉시 서울지방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기각 당했다. 그는 “당시 조사를 했던 노동위 관계자도 ‘부당해고’가 명백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돌아온 건 기각 이었다”며 “‘끝까지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냥 X밟았다 셈치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지금도 자신에 대한 해고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자신이 부임한 시점에서부터 노동위에 제소한 했던 때까지 전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샹제리제센터 관리사무소 소장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A씨는 당시 풍원개발 문홍근 대표와 두 번에 걸친 면접을 본 후에 소장으로 부임했다. 문 대표는 인천에 있는 풍원개발 본사로 출근하기보다 샹제리제센터 내에 있는 관리사무소 사무실을 자신의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A씨가 부임 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상한 회계 처리 방식’이었다. 그는 “당시 회계 처리는 경리가 담당하지 않고 B과장이 모두 관리하고 있었다”며 “B과장은 자신이 직접 만든 엑셀로 샹제리제센터 관리비 등 모든 것들을 집행 관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빌딩관리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수 십여년을 은행에서 종사해왔기 때문에 한 번 만봐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 정도라고 했다. 더욱이 집합건물의 관리비 투명화를 위해 대부분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특정관리비용역업체에서 만든 관리비프로그램을 일정 수수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는 게 보편적인데, 샹제리제센터 경우는 그렇지 않아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대부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사용하는 (주)H사의 아파트 관리비프로그램을 보면 각 세부 항목별로 관리비가 일목요연하게 부과 정리돼 있으며, 특히 개인의 수정이나 유출 방지를 위해 기록이 남도록 돼 있다. 따라서 샹제리제센터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따로 작성한 엑셀파일로 돼 있어 그 직원 외에는 관리비를 어떤 식으로 부과했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수정이나 유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A씨가 의문스러웠던 점은 관리비 계좌가 소유자대표회의의 계좌가 아닌 풍원개발 본사 법인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점, 그리고 집합건물법에 의한 관리인인 소유자대표회의 회장의 결재를 득하지 않고 관리비를 인터넷뱅킹으로 사용해왔다는 점. 또 샹제리제센터 관리사무소가 단순한 위탁관리사무소가 아닌 ‘풍원개발의 지사’라는 점 등이었다. A씨는 “샹제리제센터 관리사무소 소장을 부임하기 전에 샹제리제센터보다 훨씬 규모가 큰 D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는데, 거기 한달 관리비가 총 1억2천 정도에 불과했다”며 “샹제리제센터는 규모는 작으면서도 이보다 훨씬 상회하는 3억원이 소요됐고, 65명에 달하는 용역 인력을 사용할 필요도 없음에도 방만한 관리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이 모든 문제점을 모아 ‘샹제리제센터 관리업무 개선방안서’를 작성, 문 대표에게 제출했다. 문 대표 역시 A씨가 작성한 개선 방안서를 읽고 나서는 “A소장이 말한대로 하겠노라”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해고였다. 이유는 결근과 회사의 명예실추 행위에 대해서였다. A씨는 “결근한 이유도 하루 몸이 안 좋아 회사에 보고하고 쉬려고 했는데, 시말서까지 작성해 보고하라고 해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하자 나를 해고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시말서 작성은 핑계에 불과하고 내가 있으면 자신들의 비리와 부정이 탄로날까해서 해고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강남 샹제리제센터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리를 파헤치려면 먼저 관리사무소 B과장 아니 지금은 차장으로 승진한 B씨의 컴퓨터만 뒤지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소장, "풍원개발 배후에 대신증권 있었다" 주장
A씨와의 한 시간 반 남짓한 인터뷰에서 놀라웠던 것은 ‘대신증권의 배후설’이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소유자대표회의 부회장이자 대신증권 총무이사인 K씨는 “대신증권이 샹제리제센터를 재건축할 의향이 있으니, 개인 오피스텔 입주자들은 언제든지 나에게 말해 달라”며 “또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괜찮은 용역업체도 있으면 소개 시켜 달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풍원개발은 빌딩관리업체로서 소규모 수수료만 먹기 때문에 큰 수익이 날 수 없음에도 불구, 풍원개발 문 대표는 회사 인수 후 흑자로 전환시켰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이점을 생각해보면 풍원개발이 대신증권 본사와 전국 수십여개 지점을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짐작되며 대신증권은 친인척관계에 있는 풍원개발을 밀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일일보>은 A씨의 주장을 확인코자 풍원개발 문홍근 대표와 B과장, 그리고 전 소유자대표회의 감사였던 C모씨(공인회계사)등에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답변은 얻지 못했다. 문 대표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의가 있으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말 한 뒤로는 연락이 없었으며, C씨는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어 버렸다. 또, B과장은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한차례도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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