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닷컴'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주식을 1억원이상 보유한 미성년 주식부자의 수는 지난해 8월 198명에서 올해 8월에는 220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미성년자들의 주식보유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재계 전문가는 "갈수록 주주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부유층들이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후계자가 확정되지 않은 기업들은 골고루 후보군에게 지분을 나눠줬다가 나중에 특정 인물이 결정되면 지분을 몰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가 많이 내렸을 때 미리 미성년인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해 증여세를 아끼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에 재산을 상속해 '합법적인 세테크'를 잘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LG그룹이다. 실제로 LG그룹 오너 일가엔 '어린'주식부자가 유난히 많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주식을 10억원어치(6월30일 기준) 이상 소유한 미성년 주식부자 72명 중 LG가 인물들이 6명으로 가장 많다.
일례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차녀 연수(14)양은 ㈜LG(5만5064주·0.03%)와 LG상사(4만3339주·0.11%)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5억7800만원에 이른다.
연수양은 1994년 외아들 원모씨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 보낸 구 회장 부부가 2년 뒤에 얻은 늦둥이다. 구 회장과는 51세 차이가 난다.
구 회장의 첫째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늦게 얻은 딸이 있다. 바로 연서(11)양이다. 연서양은 1억2300만원 상당의 LG상사(4446주·0.01%) 지분을 갖고 있다. 1996년 본부인과 사별한 구본능 회장은 98년 17세 연하인 지금의 ‘안방마님’차경숙씨와 재혼한 후 이듬해 연서양을 낳았다. 구본능 회장이 50세 때 일이다.
따라서 구본무 회장 양자로 입적한 구본능 회장의 친자 광모씨와 연서양은 ‘배다른 남매’이다.
미성년은 아니지만 구본무 회장 둘째 동생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외아들 형모(23)씨는 ㈜LG(82만8857주·0.48%)와 LG상사(16만9427주·0.44%) 주식을 보유해 556억3400만원의 지분 평가액을 기록 중이다.
구본준 부회장의 딸 연제(20)씨도 ㈜LG(31만386주·0.18%)와 LG상사(8만4720주·0.22%) 지분으로 214억1900만원이 넘는다.
구본무 회장의 막내 동생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세 자녀는 아직 학생 신분으로 모두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장남 웅모(21)씨 역시 ㈜LG(75만3190주·0.44%)와 LG상사(18만7173주·0.48%) 지분을 보유해 514억6800만원에 육박한다.
고본식 사장의 두 딸 연승(26)·연진(24)씨는 각각 165억2600만원, 19억1800만원의 지분을 쥐고 있다.
연승씨는 ㈜LG 26만3147주(0.15%)와 LG상사 1만2426주(0.03%), 연진씨는 ㈜LG 3만90주(0.02%)와 LG상사 2451주(0.01%)를 갖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바로 아랫 여동생 구훤미씨의 아들 김주영(18)군은 46억6300만원 정도의 ㈜LG(9300주·0.01%), LG상사(14만8770주·0.38%)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 사촌들의 자녀 중에서도 주식 부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첫째동생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 구본걸 LG패션 사장 일가다.
구본걸 사장의 가족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어린이 갑부’는 현모(14)군이다. 현모군이 보유한 ㈜LG(10만654주·0.06%)와 LG상사(13만4789주·0.35%) 지분 평가액은 98억9700만원이다.
또 구본걸 사장의 친인척으로 등재된 성모(17)군이 LG패션 지분 18만1844주(0.62%)로 48억3700만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민정(21)씨 46억9500만원(LG패션 17만6491주·0.60%) 수연(20)씨 34억5900만원(LG패션 13만22주·0.44%) 경모(13)군 8억2200만원(LG패션 3만908주·0.11%) 등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미성년 주식부자는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지수양이다. 올해 6세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지수양의 지분 평가액은 5억3200만원(LG패션 2만주·0.07%)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가족인 LG일가 구성원들은 거의 모두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다른 대기업보다 어린 자녀들의 지분보유율과 평가금액이 높다"며 "상장사 주식 외 비상장사 주식까지 더하면 인원과 지분,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고 귀뜸했다.
LG그룹 오너 일가의 자녀들은 태어날 때 부터 보통사람들과 달리 '은수저' 대신 '억대 주식'을 입에 물고 태어나는 것이다.
대기업 미성년 자녀들이 비록 부모로 부터 합법적으로 주식을 물려 받았다고 하지만, 이 같은 행태가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곰곰히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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