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무너져 내린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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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무너져 내린 신화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0.11.2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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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우리나라 금융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인물을 꼽으라면 세 명 정도다.

김정태(63) 전 국민은행장과 라응찬(73)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그리고 박현주(52)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다. 이들 중 김정태 전 은행장은 이미 6년 전에 옷을 벗었고, 라응찬 회장 역시 최근 신한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박현주 회장 뿐.

그런데 박 회장도 요즘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유동성 위기설이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면서 경영 능력마저 의심을 받았다. 박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묘책으로 ‘부동산 사업’을 천명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손댄 부동산 관련 사업들이 하나같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를 향한 비난이 일고 있다.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금융업계 살아있는 신화 박현주 회장의 예전만 같지 않은 명성, 왜?
미래에셋 ‘부동산 사업’ 손익계산 따져보니 ‘0’…박 회장의 판단 미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발하기 직전, 박 회장은 11년간의 증권가 셀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을 돌연 설립, 경영자로 나섰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과감한 추진력을 발판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SK생명 인수를 시작으로 사세 확장에도 주력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생명과 증권 그리고 자산운용을 축으로 16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국내 자산운용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을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금융그룹’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지금도 야심찬 행보를 걷고 있다.

금융 신화 박 회장의 추락한 명성

그러나 그의 명성은 예전만 같지 못하다. 왜 그런 것일까.

2008년 이전까지 만해도 박 회장에 대한 업계 평가는 가히 신격화 되다시피 했다. ‘펀드-신(神)’으로 추앙받았을 정도.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금융 한파로 국내 증시 또한 큰 타격을 받으면서 그에 대한 평가 또한 곤두박질 쳤다. 당시 미래에셋은 국?내외 펀드에서 무려 7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투자에서 입은 손실은 매우 컸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말하면 곧 투자 공식(박현주 펀드=대박)이 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망이 두터웠다. 하지만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는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고, 그의 말을 철떡 같이 믿고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은 눈물을 머금어야만 했다. ‘반토막 펀드’란 불명예를 얻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의 안목이 예전만 같지 못하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2008년 국감에서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펀드 광풍을 일으킨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투자기준도 없는 소위 ‘묻지마 투자’와 마찬가지였다”라고 질책했다. 이로 인해 재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 손실에 따른 ‘미래에셋의 유동성 위기설’이 ‘솔솔’ 나왔다.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펀드 손실로 인한 투자자들의 신임을 잃은 미래에셋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박 회장은 묘책을 냈다. 앞으로 미래에셋의 제2 성장동력원을 ‘부동산 사업’에서 찾겠다고 천명한 것.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를 인수하고, 그룹 내 부동산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에서 KRIA를 분리시켜, 사업 역량 강화에 힘썼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부동산 관리 영역을 담당하고, KRIA는 지분 관리 영역을 맡아 그룹 지주사격 역할을 했다. 이들 외에도 미래에셋맵스와 미래에셋증권 등 기존 주력 계열사들 역시 부동산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 결과 관련 업계에서도 놀랄만한 성과를 냈다. 역시 박현주란 찬사가 나왔다. 2008년 말 ‘미래에셋 기흥연수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450억원에 매각해 두 배 가까이 매각 차익을 거둔 것으로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홍콩?인도?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유수 빌딩을 속속 사들이며 ‘국제적 부동산 큰 손’으로 부상했다.

부동산 투자 손익 계산은 ‘0’(?)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듯, 미래에셋은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낭패를 본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서울 여의도 업무?상업복합단지 ‘파크원’ 개발 사업이 ‘지상권 문제’로 부지 소유자 통일교재단과 시행사 스카이랜드 간 법정공방이 가시화된 가운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상53층 규모의 파크원 오피스 타워2(1개동)를 8,047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일부 자금을 투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만일 이들간 공방이 장기화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경우 미래에셋은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크원 사업은 수년째 복잡 미묘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수익성이 불확실함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미래에셋은 투자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뿐 만 아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맵스의 대표 부동산 공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 공모1호’ 펀드도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 펀드는 금융 한파로 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씨티그룹센터 계약을 철회한 데 이어 홍콩 벨에어 아파트 투자에서도 손실을 입었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은 2005년부터 서울 세종로 옛 금강제화빌딩 일대(세종로1지구 재개발사업)에 그룹 신사옥을 건립키로 계획했으나, 전 시행사 디비스코리아 측과 ‘시행권’을 차지하기 위한 법정다툼으로 아직까지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또, 미래에셋은 2008년 초 부동산 분야 역량 강화 차원에서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래에셋D&I를 설립했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미래에셋컨설팅에 흡수한 데 이어 2008년 9월 미래에셋컨설팅에서 인적분할한 KRIA 역시 2년도 안 돼 최근 흡수합병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의 제2성장동력원으로 삼은 부동산 사업에서 큰 이익을 본 것도 사실이지만, 손실을 본 경우도 많았다”며 “부동산 계열사가 분리되고 또다시 합병된 사례가 빈번한 것은 부동산 사업에 대한 박 회장의 판단 미스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회장은 다시한번 부동산 사업에 대한 재정비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 회장의 명성과 부합하지 않은 행태

한편, 업계에서는 지난 9월 말 KRIA가 다시 미래에셋캐피탈에 흡수합병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의 지배구조와 연결시켜 바라보고 있다. 미래에셋이 지주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합병시킨 것이라는 시각에서부터 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 후 후계구도를 확립시킬 요량으로 작업을 벌인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하튼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처음에는 부동산 사업 강화 차원에서 계열사를 분리시켰다가 이제와 지주사 체제 등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합병시키는 행태는 박 회장의 오랜 명성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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