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밑지는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보면 과연 이 말이 맞나 싶을 정도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가 된다.
시중은행들은 국민연금 등 기관을 잡기 위해 수천억원대 인프라 구축을 약속하는 등 수익성을 고려치 않는 과당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앞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이후와 지난 7월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대상이 확대되면서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게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은행들은 부채관리로 가계대출 영업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새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안정적 예금과 잠재고객 확보가 가능한 기관이나 IRP 시장 등에서 무리한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을 인수하기 위해 은행들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건을 제시한다. 지난 7월 경찰공무원 대출 은행 입찰 때 모 은행은 최저 1%대 대출 금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사업장 입장에서는 직원 복지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주거래은행으로 선택할 만한 이유가 된 것이다.
이번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 선정에서도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산인프라를 지원해주기로 한 우리은행이 우선협상자가 됐다. 전산인프라 구축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예상되면서 과연 주거래 은행선정이 얼마나 많은 수익성을 가져다줄지 의문이다.
실제 은행에서는 기관의 주거래은행은 사업성 보다는 사명감이나 브랜드파워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해야 하는 조건도 수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명감이나 브랜드파워를 위해 수익성을 포기했다는 은행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하는 것인가.
은행은 수익을 내야 하는 회사다. 앞서 말한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기 위해 한곳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무리를 해서라도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은행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지출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금융소비자가 그 손해를 메워야 한다.
즉 주거래 사업장 직원들에게 1%대 대출금리를 적용해주고 발생하는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대출금리를 더 높여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대전, 강원, 충북, 전남의 은행별 운영기간이 끝나고 내년엔 서울을 비롯해 인천, 세종 등이 주거래은행을 찾는 경쟁 입찰이 예고돼 있다.
앞으로도 은행들간의 경쟁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승리를 해야지 ‘제 살 깎아먹기’식의 영업행태와 이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