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의 온라인 도박 및 게임 광고 정책 정보 |

현대車 울산공장 환경팀 보고문건 본지 단독 입수
국감 증언 3년여 전 이미 BJC 기술력 인정하고도
“BJC 기술로 악취 개선 없어 대신 경북대와 협력”

현대차 울산공장 환경팀이 2013년 8월 22일자로 작성한 '도장공장 악취민원 저감방안 검토' 보고문건. 사진=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 무혐의 판단을 내렸던 현대자동차의 기술탈취 혐의에 대해 재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지난해 현대차 관계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기술탈취 혐의를 추궁하는 국감위원들의 질문에 허위로 진술한 정황이 22일 드러났다. 국감 위증에 대해 관련법에서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현대차 울산공장 환경팀의 2013년 8월 22일자 ‘도장공장 악취민원 저감방안 검토’ 보고문건에 따르면, 현대차는 당시 울산공장 인근 양정, 염포, 명촌동 일대 및 해안도로에서 차량 도장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악취 발생원을 파악한 뒤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자동차 도장 공정은 자동차 페인트를 칠한 후 페인트 분진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동차를 CWS(세정수 순환수조)에 체류시키고 오븐으로 건조시키는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현대차가 문건에서 악취 발생원으로 꼽은 것은 △도장 부스 △CWS △오븐 등 세 군데였다. 구체적으로 도장 부스에서는 ‘차 생산량 증가와 하부수조의 청소 미흡’, CWS에서는 ‘약품 납품업체 관리 미흡’, 오븐에서는 ‘차 생산량 증가와 오븐 출구부 악취 오염도 증가’를 악취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차는 이어 각각의 악취 발생원에 대한 근본 대책으로 도장 부스의 경우 ‘배기가스 소각’이나 ‘중도 상도 클리어 수용성 적용’을, 오븐에서는 ‘출구 배기가스 소각’을 들었다. 이어 도장 부스의 청소주기를 강화하고 오븐의 배출구 위치를 변경하는 것으로 차선책을 내놨다.

마지막 악취 발생원인 CWS와 관련, 문건에 나오는 ‘CWS 약품 납품업체’는 중소 생물정화기술업체인 BJC로, 이 업체는 당시 악취 저감을 위해 CWS에 화학약품과 미생물을 동시에 투입하고 있었다. 현대차가 지적한 ‘관리 미흡’은 문건에도 나와 있듯이 ‘약품성분의 검증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유로 짐작된다. 현대차 환경팀이 차선책으로 CWS 약품관리 업체의 투입약품 성분 검증을 1년에 2회 실시하고 수조 청소주기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울산시 북구청에 제기된 악취 민원에서도 ‘공기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나 ‘공장 지붕 배기팬으로 인해’라는 언급이 나온다. CWS 정화기술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기존 화학약품만 투입했던 방식에서 BJC의 화학약품·미생물을 함께 투입하는 방식으로 바뀌며 악취 개선 실적이 늘었다. 같은 문건에서 2004년 BJC의 미생물을 투입하며 악취배출농도가 기존 600배에서 300배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2005년 2월 시행된 악취방지법은 악취배출허용기준을 종전 1000배에서 500배로 강화했다. BJC의 기술로 현대차는 강화된 허용기준치를 충족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내용은 문건을 작성한 울산공장 환경팀 실무자들은 물론이고 현대차 고위관계자들도 알고 있었다. 해당 문건에는 팀장, 실장, 사업부장, 사장 등의 결재가 모두 기록돼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기술탈취 혐의가 논란이 된 뒤 열린 2016년 9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현대차의 BJC 기술탈취 혐의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차 자동차 품질총괄전무는 문건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그는 “BJC와 합동으로 (악취를) 개선하기 위해서 2013년말부터 2014년도 3·4월까지 계속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악취 민원은 계속 증가했다”며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다른, 경북대와 처리방법과 새로운 미생물에 대해서 연구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감 위원들은 현대차 증인들에게 위증에 대한 처벌이 있음을 수 차례 경고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14조에 따르면 국감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BJC 기술탈취 혐의에 대해 “BJC가 현대차에 제공한 건 핵심자료가 아니라 기술 설명 자료다. 언론에 보도된 것 외에 설명해드릴 내용은 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숙현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