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최근 급식체가 방송매체를 통해 공개되며 청소년들뿐 아니라 국민적인 유행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쓰는 급식체를 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급식체는 새로운 유행어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놀이문화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은어의 사용과 욕설이나 비하발언 같은 자극적인 언어가 청소년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급식체가 청소년에게 끼칠 영향을 알아봤습니다.
급식체란 급식을 먹는 나이인 초·중·고교생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를 일컫는 말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던 표현이지만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말투 등이 SNS를 통해 10대들에게 퍼져나갔습니다.
[강예원 /선화예술고 1학년] 오늘 저녁에 햄버거 동의?
[함지윤 /선화예술고 1학년] 어 보감~
[조재희 / 경희여중 2학년] 추임새같이 “인정? 어 인정”이나, “동의? 어 보감” “이동휘? 박보검?” 이런 것들이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조승만 /자양고 1학년] 친구들끼리 이야기할 때 유명 BJ의 유행어를 아이들이 쓰는 것 같아요. BJ 보겸이랑 여러 게임 방송하는 유튜버들을 따라하는 것 같아요.
◆ 급식체 긍정적 입장
[기자] 급식체는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언어 표현 등장이라는 긍정적 입장이 존재합니다.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연결해 말하기, 초성만을 이용해 대화하기, 혹은 글자를 바꾼 언어유희 등, 급식체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급식체가 청소년들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남발되지는 않기에 청소년 언어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 존재합니다.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연규동 교수에 따르면 급식체는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쓰는 유행어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시대가 변하며 줄임말과 희화화한 표현들이 등장했고 그것이 아이들의 언어에 자연스레 묻어났다는 뜻입니다.
◆ 급식체 부정적 입정
[기자] 하지만 급식체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입장 또한 있습니다. 급식체라는 말 자체가 10대 청소년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급식충'에서 시작됐고 부정적 유래를 가진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수빈 / 잠실중 2학년] (급식충이란 말이) 너무 학생들 비하하는 말 같아서 듣기 불편해요
급식체 자체가 나쁘진 않은데 비속어를 너무 섞어 쓰거나 못 알아듣는 말은 어른들 앞에서 쓰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자] 단어 안에 담겨진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데 청소년들이 뜻을 모른 채 남발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함지윤 /선화예술고 1학년] 작년부터 친구들이 많이 쓰니까 저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강예원 / 선화예술고 1학년] 어떻게 유래된 말인지는 모르고 친구들이 쓰니까 그냥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8일 발표한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 중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부정적 뜻을 가진 급식체가 언어폭력의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수향 / SHO 언어연구소 소장] 최근에는 급식충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면서 급식을 먹는 학생들과 합성어로 벌레라는 말을 섞어 쓰면서 합성어로 급식충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요. 이것은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씁쓸한 합성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상 어른들이 이런 말을 알아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급식체가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센 말들로 사용하면서 아이들은 이런 욕설이나 그들만의 비속어가 더 센 급식체, 혹은 더 자극적인 급식체를 사용하게 되면서 세대 간의 갈등을 야기 시키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 언어와 사고의 관계 : 말에도 에너지가 있다.
[기자] 그렇다면 부정적 기능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언어가 사고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오수향 / SHO 언어연구소 소장] 언어가 ‘사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아이들의 언어를 관장하는 뇌는 아이들의 뇌에 무려 98%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사례가 있습니다.
[기자] 로젠탈 교수는 교사에게 한 초등학교 전교생 중 지능검사 결과가 높은 학생들의 명단을 줬습니다. 사실 이 명단은 한 반에서 무작위로 뽑은 20퍼센트 학생들의 이름이었습니다. 8개월 뒤 지능검사를 하자 명단에 속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평균점수가 월등히 높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교사들의 칭찬, 격려, 기대의 말이 학생들의 학습능력, 사고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부정적 말이 사고에 끼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습니다. 최지욱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의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7∼13세 때 가정 내 언어폭력을 경험한 20∼25세 여성 16명과 남성 4명을 진단했습니다. 정상인과 비교해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어 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뇌가 비속어 같은 부정적 언어를 접하면 감각중추의 발전이 저해되고 정상적인 뇌 활동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말이 뇌의 성장과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 말은 생각의 표현이라고도 하는데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본인이 쓰는 말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말을 인격의 표현이라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떠오르는 것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말들을 통해서 나도 영향을 받고 성장하는데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언어 순화 프로젝트 언어를 어떻게 순화시킬 수 있을까?
[민경란 / 44세 남가좌동] 말을 곱게 써야 마음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같이 따라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점진적으로라도 바꿔줄 수 있게끔 해줘야하지 않을까. 방송에서도 자제를 해줘야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 들어요. 습관화가 되면 무서운 것 같더라고요. 그게 좋은지 나쁜지 감각이 없게 사용하는 것 같아서. 가정에서 부모 입장에서 저부터도 사용하는 것을 줄여야하지 않을까...
[기자] 학생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교내 언어문화를 개선한 사례가 있습니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 캠페인’에는 수년에 걸쳐 진행된 단발성 캠페인부터 플랩시몹, 언어순화 동아리까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재희 / 경희여중 2학년] 우리말에 어원이나 비속어가 쓰이는 정도 줄임말 쓰이는 정도를 조사해서 발표를 같이 했어요. 확실히 우리가 많이 쓰는 자음만 해서 초성으로만 쓰이는 욕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심각해서 많이 놀랐어요. 뜻을 모르고 쓰는 경우에도 뜻을 포함하고 있고 상대방에게 표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용철 / 경희여중 교수] 활동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자기 언어를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활동이 매우 효과적인데요. 자기 언어를 점검해보게 하는 도구도 만들어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언어를 점검하게 한 적도 있었거든요. 아이들이 놀라더라고요. 내가 쓰는 말이 이랬구나. 내가 어떻게 말을 쓰는지 본인이 판단하고 느낄 때 자기 언어가 좋은 지 나쁜지 생각하는 재미있는 결과를 알 수 가 있었어요.
자기 언어를 점검해보게 하는 도구도 만들어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언어를 점검하게 한 적도 있었거든요. 친구가 나의 언어를 평가해주기도 하는데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내뱉은 말이 이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걸 알게 되면서 아이들이 언어라는 거에 대해 자기인식을 하게 된 점 이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죠.
[기자] 마더테레사는 “생각은 말에 영향을 주고, 말은 행동에, 행동은 습관에, 또 습관은 성격에 영향을 끼치고, 성격은 운명을 결정한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급식체 열풍으로 알아본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 우리 청소년들이 쓰는 말이 생각에도 영향을 주고 그것이 또 내 삶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무분별한 부정적 급식체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줄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TV 선소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