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폐막] 팀 코리아 '하나된 평화' 평창올림픽이 평화의 새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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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폐막] 팀 코리아 '하나된 평화' 평창올림픽이 평화의 새길 열었다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2.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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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스포츠 이상의 것을 여자 아이스하키가 만들어냈다.”

24일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선수단의 밤’ 행사에서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에게 이 같은 감사의 말을 건넸다.

도 장관은 “올림픽은 인간의 육체가 보여주는 최고의 경지다. 반대로 최악의 상황은 전쟁이다. 창으로 서로를 찌르는 대신 누가 더 멀리 던지는지 경쟁하자며 고대 올림픽이 탄생했다. 올림픽은 바로 평화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평창올림픽에서 평화의 가치를 구현했다”고 했다.

시인 출신답게 도 장관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과를 함축적인 언어로 담아냈다. 북한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하며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숙명을 안고 시작, 그 소명을 다하고 25일 폐막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킨 1등 공신은 도 장관의 말처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팀코리아’다. 단일팀은 비록 5전 전패, 28실점 속 2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지만 남북의 자매가 서로 만난 지 10여 일만에 하나가 되는 모습은 이를 지켜본 남북 응원단과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에 감동 이상의 메시지를 던졌다. 매 경기마다 경기장에서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합창이 울렸고, 세계가 그 외침에 주목했다. 한 핏줄에 대한 끌림은 사라질 수 없으며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평화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다.

특히 단일팀 내에는 한반도 평화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남북미, 3국의 선수들이 공존했다.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이진규(그레이스 리), 랜디 희수 그리핀 등 미국 출신 선수들과 북한의 정수현, 김은향, 황충금, 진옥, 김향미 등이 경기에서 함께 뛰었다. 이는 북핵 위기에서 단일팀이 주는 ‘평화 공존’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남북단일팀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이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했고,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의 앤젤라 루제로 IOC 위원은 “단일팀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14일 한일전에서 단일팀의 첫 골이 나왔을 때는 “아름다운 골이 아니라 역사적인 골이다. 한 골 이상의 가치가 있다”(BBC)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단일팀의 첫 득점 퍽을 캐나다 토론토 소재 명예의전당에 영구 전시하기로 했다.

이에 북한의 무임승차 논란으로 단일팀에 대한 반대가 높았던 국내 여론도 반전됐다. 한국갤럽 조사(20~22일 전화인터뷰, 표본오차는 ±3.1%에 95% 신뢰수준, 상세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개회식 전 조사에서 ‘잘된 일’ 40%, ‘잘못된 일’ 50%라는 응답은 ‘잘된 일’ 50%, ‘잘못된 일’ 36%로 변했다. 단일팀 논란으로 하락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설 명절 조사보다 5%포인트 오른 68%로 집권 초 70%대 지지율에 근접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의 대북·안보 정책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긍정평가 이유 1순위로 꼽혔다.

무엇보다 단일팀은 시대 변화에 따른 한반도 평화공존과 통일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골리 신소정은 마지막 경기 후 “역사적 취지나 의미는 좋지만 지금처럼 3주 만에 단기간에 한다는 건 사실 구기 종목에서 말이 안 된다.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최소 3~4년은 환경을 마련해주셔야 거기에 대해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지만 남북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더 이상 국가 수뇌부 간 결단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으며 충분한 시간 속에서 갈등을 줄이고 화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교훈이다.

실제 단일팀의 주장 박종아는 팀의 화합에 대해 “사람 대 사람”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골리 신소정은 “여느 여학생들처럼 남자친구는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을 이야기하면서 친해졌다”고 했다. 랜디 희수 그리핀은 “(맥도널드에서 북한 선수들과) 같이 맥플러리를 먹었다”고 했다. 미국 입양아 출신의 박윤정은 “아이스하키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던 좋은 경험”이라며 “단일팀의 작은 발걸음이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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