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조원 달성 등 사업 계획에 차질 빚을까 ‘전전긍긍’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땅콩회항’으로 한차례 곤혹을 치른 대한항공이 또 다시 ‘오너리스크’에 직면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갑질 논란’에 휩싸인 것.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목표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등 사업 강화에 여념이 없던 대한항공은 조 전무의 갑질 논란이 경찰 수사로까지 확산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에서 광고 대행을 맡고 있는 업체와 회의를 하던 중 언성을 높이며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전무는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 캠페인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화를 억누르지 못해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사건은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을 통해 알려진 후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일각에서는 조 전무가 피해자인 팀장에게 깨지지 않는 음료수 캔을 먼저 던진 뒤 분이 풀리지 않자, 옆에 있던 물 컵을 들어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조 전무가 당시 회의 중 언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물이 든 컵을 바닥에 던졌을 뿐 직원 얼굴을 향해 뿌리지는 않았다”며 “당사자에게는 문자를 통한 사과를 했다”고 공식입장을 내놓으며 사건 진화에 나섰다.
조 전무 역시 지난 12일 오후 일시 폐쇄했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보여 할 말이 없다”며 다시 한 번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데 이어 검찰 고발까지 이뤄지면서 조 전무의 갑질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3일 “업무상 지위에 관한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며 내사 이유를 밝혔다.
내사는 정식 수사에 앞서 법규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로 내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파악되면 정식 사건번호가 부여(입건)되고, 내사를 받던 피내사자는 피의자로 전환된다.
같은날 조 전무는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로부터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도 고발당했다. 김 후보는 고발장 제출과 관련해 “노동자를 모독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일상이 된 기업인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한항공의 이미지 추락이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에 대한 반감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 실제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조 전무의 강력처벌을 원한다는 청원은 물론,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이라는 이름과 태극문양의 로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조 전무가 대한항공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며 내부 고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는 ‘조현민, 대한항공 직원에게 욕설 음성파일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에 해당 음성파일을 첨부해 공개했다. 대한항공 직원에게 제보 받은 것이라고 밝힌 이 음성파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고성을 지르며 누군가를 질책하는 육성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음성파일 주인공이 조 전무인지, 언제 어떤 상황이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연차휴가를 냈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464편을 타고 15일 오전 5시 26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제가 어리석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물을 뿌리진 않았고 밀치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갑질 항공으로 사명 바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