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우울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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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우울한 삼성”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7.07.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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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특별한 휴가계획 없다”…임원진 잇단 악재로 휴가 못떠나고 눈치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반적 침통한 분위기
유치 실패부터 구조조정까지…그룹 전체 한층 경색

지난 5일 오전 제22회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러시아 소치로 결정된 순간 평창 주민은 물론 온 국민은 아쉬움의 눈물과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수많은 한숨 속에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의 한숨도 포함돼 있었다. 이 회장은 국제올림유치위원회(IOC) 위원으로 그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유럽, 아프리카 등지를 직접 돌며 부동표 확보를 위해 애를 써왔고, “내 생애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려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올림픽 유치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삼성그룹의 임원진들은 휴가를 반납하거나 휴가기간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구조조정까지 단행돼 그룹 내 분위기가 한층 숙연해진 모습이다.

‘평창 올인’ 이 회장, 여름휴가는 ‘하반기 경영전략에 올인’

대기업 삼성의 수장인 이건희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서, 또 IOC 위원으로서 이 회장이 평창 유치에 기울인 노력은 시쳇말로 ‘올인’에 가까웠다. 이 회장은 2년 전 운동을 하다 다리를 다쳐 걷기도 힘들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IOC 총회장에 나타나 평창 홍보에 나섰다. 지난 2월 IOC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당시엔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실사단 영접에 직접 나섰으며, 실사단 방문에 앞서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직접 스키를 타면서 시설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종 투표 직전까지 평창 유치를 위해 힘썼는데, 한국의 프리젠테이션 순서 때 단상에 올라 “동계올림픽 유치는 내 생에 가장 큰 도전”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가진 애착이 컸다. 또 유럽, 아프리카, 중국, 중남미 등 세계 각국을 돌며 각국 IOC 위원들에게 평창지지를 호소하는 노력도 보였다. 동계올림픽 평창유치에의 이 회장의 의지는 주위에서 쉬엄쉬엄하라는 말을 할 수 정도로 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소치로 결정 났고, 이 회장의 심정은 침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력투구해 심신이 지쳐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에 따라 올해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택에서 평소 읽고 싶어 하던 책을 읽으며,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평창에 올인’했던 것과 같이 올 여름휴가기간 동안에는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올인’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회장은 앞서가는 일본과 뒤쫓아 오는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경제를 돌파하기 위한 신수종사업(미래에 새롭게 육성해나갈 사업) 등 미래성장사업을 찾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2014 동계올림픽 평창 후보도시에 대한 IOC 실사단의 실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15일 강원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치하루 이가야 실사단장(왼쪽부터), 이건희 삼성회장, 한승수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이 실사단과 함께 스키장 관계자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받고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실패, 삼성전자 구조조정 부추겼나

이건희 회장이 뛰어든 동계올림픽 유치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삼성 내부적으로도 큰 타격을 준 모양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저조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설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해왔다.  
그룹 측에선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성장이 멈추면서 수익성이 추락하고 있다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4분기에 전분기보다 매출은 8%가량, 영업이익 42%, 순이익 32% 줄어든 매출 14조3천900억 원, 영업이익 1조1천800억 원, 순이익 1조6천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을 입증해주듯 삼성전자 측은 평창 유치 실패 후 이전의 입장과 달리 지난 1999년부터 상시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었다고 밝히며,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제유가와 환율 등 바깥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음을 드러냈다.
또 전문가들은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가 삼성그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한 자본투자는 물론이고, 부가적인 효과까지 놓쳤다는 것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얻을 수 있는 국제적 광고효과와 경제적 이익으로 만회해 보려던 삼성전자의 부실이 동계올림픽 유치의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가, 설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희망퇴직으로 인한 자연적인 인력감축”이라며 “사업구조 재조정으로 인력재배치가 이뤄지면서 과거보다 많은 인원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앞둔 지난 4일 강원도 평창군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회장 따라 임원진도 회사에 ‘휴가 올인(?)’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계열사들은 동계올림픽 유치실패가 기업 내부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구조조정 또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열사 사장단들과 임원진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건희 회장이 휴가기간 동안 하반기 경영구상에 돌입한다는 뜻을 비친 이상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계열사 사장들과 임원진들이 속속 휴가를 반납하거나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동계올림픽 유치실패 후 그룹 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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