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공인중개사협회 해산, 한국공인중개사협회행
중개업계 결국 ‘한 지붕 한 가족’으로 뭉치기로

중개업계가 ‘한 지붕 두 가족’에서 ‘한 가족’으로 합치게 된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 대한공인중개사협회(대공협) 등 양분돼 있던 중개단체가가 통합케 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단체의 통합은 지난 2005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와 대한공인중개사협회(대공협)가 처음으로 통합하겠다고 선언한 지 2년여만의 일이다. 양 협회가 양분돼 운영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8년만이다.건설교통부와 한공협, 대공협 등 중개업계에 따르면 양 협회가 하나의 단체로 통합, 올 말까지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한 지붕 두 가족’에서 ‘한 지붕 한 가족’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왜 통합하나
실무교육, 공제가입비도 동일 “소모적 경쟁 더 이상 원치 않는다”
중개업계 “두 개 단체 필요하냐? 합쳐라” 요구

한공협과 대공협이 통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 중개업계가 더 이상 소모적인 경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양 협회의 중복된 업무로 중개사들에게도 큰 메리트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사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사무소를 오픈하기 전에 받는 실무교육시간, 수강료 등이 모두 같다. 심지어 교육과목마저 똑같다.부동산 중개시 발생하는 공제가입비용도 양 협회가 동일하다. 그럼에도 공제가입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을 벌여왔고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은 두 개 단체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공인중개사 과다배출과 이에 따른 적정 공인 중개사 사무소 수 초과 등 중개업계의 경쟁력 상실도 통합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 더 이상 ‘제살깎아먹기’식의 사무소를 운영치 말자는 것이다. 중개업계의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건설교통부도 중개업계의 통합을 요구하는 직간접적인 ‘메스'를 가하기도 했다.건교부가 중개업계에 메스를 가한 대표적인 사례는 협회 운영시 공제회계와 일반회계를 분리시켜 운영하란 점. 아예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공부법)’에서 일반회계와 공제회계를 따로 따로 운용치 말도록 명문화시켰다. 협회 운영시 공제회계를 일반회계로 전용치 못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다.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협회는 회원가입비 등으로 운영되는데 비해 공인중개사단체는 일반회계보다 공제회계에 의존·운영되는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해 공제회계 사용근거를 신문에 공고토록 관련법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건교부의 의지이다.

건교부는 “회비를 유치해 협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제가입비로 운영하는 단체가 중개사협회 말고 또 있느냐”고 반문할 정도. 그만큼 건교부에서도 두 단체의 존립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중개업무를 담당하는 토지관리팀장급 공무원들의 근무수명도 일부를 제외하곤 다른 팀에 비해 짧다. 지난 2005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팀장급을 맡았던 건교부 고 모 서기관을 제외하곤 1년 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물론 인사발령이야 장관, 본부장급 등이 주도권을 쥐고 시행하는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A·K과장이 다른 부서로 이동했으며 현재는 L모 과장이 팀장을 맡고 있는 상태이다.지난 2005년부터 팀장급으로 일했던 고 모 서기관이 1년 이상 근무했던 이유는 양 협회장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해 통합을 유도해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 모 서기관은 당시 중개업계에서 적지 않은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고 모 서기관의 경우 ‘기획부동산 철퇴’ ‘부동산 신고 거래’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 추진해왔음에도 자리를 옮겨 현재는 주거복지본부외의 본부에서 일을 하고 있다.이를 두고 건교부 내부와 중개업계 일부에서는 중개업계의 ‘등살’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통합 어떻게 진행되나
“대공협 해산하고 한공협으로 들어가게 될 것”

양 협회의 통합은 겉으로 보기엔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우선 명칭 문제를 놓고 보자. 현재 알려진 양 협회의 통합은 한공협, 대공협 등 단체 이름을 사용치 않은 것으로 돼 있지만 취재 결과 그렇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중개업계에 따르면 겉으로 보여지는 통합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대한공인중개사협회를 ‘불러 들이는’ 형태의 느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일 건교부에 올라간 ‘정관 전부 개정(안)’에 따르면 대공협이 ‘한공협으로 가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개정안 해산 조항에 따르면 ‘공인중개사협회와 통합을 하기 위해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은 통합후 존속하는 협회에 귀속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아직 건교부 장관의 최종 승인을 얻지 않은 상태여서 어느 협회가 통합후 남아있을지는 모르는 상황이다.그러나 개정안을 뒤집을 수 있는 특별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대한공인중개사 협회를 해산하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공협이 오는 12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해산을 결의할 것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공협 김학환 박사는 “오는 12일 대공협 해산을 위한 총회가 예정돼 있다”면서 “큰 변수 없이 해산이 결의될 경우 강남에 위치해 있는 대공협이 봉천동 한공협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명칭. 명칭은 지난 7월 11일 양 협회장 명의의 서명 통합합의문에서 현재의 명칭을 사용치 않고 제3의 명칭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명칭 문제를 놓고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양 협회 모두 공인중개사협회 앞에 사용하고 있는 ‘한국’ ‘대한’이란 용어가 모두 영문으론 ‘KOREA'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계가 통합할 경우 한글 ‘한국’ ‘대한’외에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개업계는 ‘한국을 대표하는’ 의미의 영문 ‘KOREA'사용을 원하고 있다.대공협 김 박사는 “대공협이 해산을 결의, 한공협 건물로 들어가게 되는 만큼 협회 명칭은 ‘대한공인중개사협회’로 해야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면서 “양 협회가 통합하는 뜻이 큰 만큼 대공협 명칭 사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중개업계의 공통된 의견으로 도출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대공협으로 명칭을 사용할 경우 마찰도 예상된다. 통합합의문에서는 제3의 명칭을 사용치 않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통합후 문제는 없나?
“나왔던 집 다시 들어가는 격, 동질성 회복”치유 필요
“구조조정 등 인원 감축도 불가피할 듯”

통합후 거론되고 있는 문제로는 조직개편과 조직개편에 따른 동질성 회복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우선 양 협회가 가지고 있는 전국 16개 시·도지부, 지회 등 조직 정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학환 박사는 “현재 양 협회의 통합은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격”이라면서 “무엇보다 8년간의 이질성문제를 극복, 동질성 회복이 필요하고 양 협회가 거의 같은 조직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에 통합 후 조직을 합쳐야 하는 만큼 중복된 조직을 정비하는 등 구조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그러나 “양 협회의 통합에 따른 협회 중앙회 인원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있는 상태여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직원 감축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협회 직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공협과 대공협 직원들은 “양 협회가 통합하는 것은 조직이 합쳐지는 것이고 조직이 합쳐질 경우 중복되는 조직과 조직에서 필요이상의 인원이 발생할 경우 인원감축이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한편 대한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999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986년에 각각 설립됐다. 대공협 설립은 정부가 복수단체를 허용하면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