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측근 2선 후퇴…김용환 부회장, 현대제철 이동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2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선택한 것은 ‘쇄신’과 ‘미래’였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 수장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최근 실적 부진 등에서 벗어나 미래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수개월 만에 사실상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을 제외한 6명의 부회장 중 양웅철 부회장과 권문식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났고, 김용환 부회장과 우유철 부회장은 보직에 변화를 줬다.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윤여철 현대차 국내생산 부회장만 자리를 지켰다.
이번 인사의 방향성은 ‘세대교체’로 모아진다.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의 자리 변화가 눈에 띈다. ‘정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던 김용환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현대제철로 이동했다.
김 부회장은 1983년 현대차에 입사해 2010년 기획조정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현대차그룹 전반을 챙겼던 사실상 ‘2인자’로 통했다.
현대제철을 이끌던 우유철 부회장도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우 부회장은 2004년 현대제철 전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14년 동안 현대제철을 이끌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정몽구 회장을 모셨던 부회장단들에게 마지막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현대차 연구개발의 두 축인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과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다.
양 부회장은 포드자동차 출신으로 2004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2011년 연구개발본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차 연구개발을 지휘했다. 권 부회장은 현대정공 출신으로 2015년 연구개발본부 본부장 부회장으로 승진, 양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생산품질담당 여승동 사장과 현대모비스 임영득 사장, 현대다이모스 조원장 사장, 현대제철 강학서 사장, 현대로템 김승탁 사장 등도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2선으로 후퇴했다. 또 현대엔지비 오창익 전무는 자문에 위촉됐다.
현대자동차 전략기획을 담당한 정진행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그룹 핵심인 현대차를 떠나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그룹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대적인 개혁 인사를 통해 정의선 수석 부회장 체제는 더욱 공고히 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담당하던 김용환 부회장과 정진행 부회장이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 정 수석부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미래차에 대한 의지도 높아졌다.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하고, 현대오트론 조성환 부사장은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으로 발령했다.
그동안 부회장급이 맡았던 중책인 연구개발본부장을 알버트 사장에게 일임하면서 자율주행차 와 커넥티드 카 등 혁싱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처음”이라며 “실력 위주의 글로벌 핵심 인재 중용을 통한 미래 핵심 경쟁력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앞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디자인 최고책임자(CDO)에,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으로 각각 임명하면서 글로벌 핵심 인재를 중용했다.
또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출신으로 지난해 현대차에 합류한 지영조 부사장 역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을 강화시켰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업체로서 도약하고 있는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을 높여 스마트 시티와 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AI) 등 핵심과제 수행과 전략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당시부터 그를 보좌했던 공영운 부사장은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정 회장 측근 인사의 빈자리를 한 층 젊어진 인재들이 이어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북미와 유럽, 인도, 러시아 등에 권역 본부를 설립하고 현장 중심의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한 층 빠른 의사결정을 방식을 완성한 바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정의선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미래 경쟁력 분야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 부문에 대한 쇄신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각 계열사 사장단의 파격인사를 통해 쇄신과 미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