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인재가 없긴 없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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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인재가 없긴 없는 모양…”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12.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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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원장 이경숙 숙대총장, 첫 여성 인수위원장 기록 “직선 4선의 경영능력이 임명 배경”

▲ 25일 오후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확정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압구정동 집을나와 숙명여대로 향하며 활짝웃고 있다.
[매일일보닷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5일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이경숙(64.여) 숙명여대 총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제도가 생긴 지난 1998년 이후 여성이 인수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당선자는 또 인수위 부위원장에 4선의 김형오 의원, 인수위 대변인에 이동관 전 선대위 공보특보를 각각 임명했고, 당선자 비서실장에는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의원, 당선자 대변인에는 후보 비서실 부실장 출신의 주호영 의원이 각각 발탁됐다.

인수위 부위원장에 김형오 의원을 발탁한 것은 ‘비(非)정치인 위원장-정치인 부위원장’의 조화를 통한 ‘정책과 정무’의 균형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명박 당선자 측의 설명이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인수위 인선안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청사진을 마련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발탁된 이경숙 총장은 지난 1994년 숙대 13대 총장이 된 뒤 이후 4번 내리 당선돼 최장수 총장 기록을 세우며 대학 혁신을 이끈 대학 CEO라는 점에서 선대위 구성 당시부터 이 당선자가 ‘러브콜’을 보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당선자 측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후보 시절 중앙선대위 선대위원장에 영입하려고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했을 정도로 평소 호감을 가졌던 인물”이라면서 “이 당선자는 이번에도 일찌감치 이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점찍어놨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개교 100주년인 지난해 학교발전기금 1천억 원 모금 공약을 달성하면서 교수 및 학생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위원장은 ‘현모양처 이미지’의 숙대를 ‘글로벌 리더 양성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화합 속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도 인선 배경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직선으로 4번이나 총장을 역임한 분으로, 총장 재임기간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과 여성이라는 점이 임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 위원장은 총장 취임 이후 캠퍼스 부지가 2배, 교사 연면적이 3배 가까이 늘었으며 또한 캠퍼스 내 21개의 건물이 새로 생겼고 재학생ㆍ전임교원 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학교 100년 역사 중 가장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토목건축 총장’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결국 이래저래 이 위원장이 이 당선자의 국정운영 방향인 ‘CEO(최고경영자)형 대통령’, ‘실용정부’의 구상을 잘 구현할 적임자인데다 교육계, 여성계 인사로서 업무능력과 개혁성, 참신성 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견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평소 친분관계로 인해 인수위원장에 임명된 것이 아니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지적도 있다. 이 총장은 이 당선자가 다니는 교회인 신사동 소망교회의 권사로서 평소 이 당선자와 교우관계를 유지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왔다는 전언이다.

이 위원장은 제11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 민주평통 북한연구회장, 국민의 정부 제2건국범국추진위 공동위원장 등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활동한 바 있으며,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지난 1976년부터 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정법대학장과 기획처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런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은 이 이원장이 △지난 1980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신군부의 통치권 확립을 위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입법의원 출신이고 △81년 제11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지냈다는 점은 군부독재의 정통성을 부여하는데 ‘협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이경숙 총장의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쿠데타 세력에 공조한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25년 전의 일인데다 그 점에 대해서는 역사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그 당시 대학의 대표로 추천을 받아 갔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과거 보다는 이후에 보여줬던 탁월한 능력과 리더십에 주목했다는 게 당선자 측의 설명이다.

이 당선자의 고민도 이 부분에 집중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인선위원장으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과 손병두 서강대 총장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으나 전경련 부회장 출신의 손 회장은 ‘친재벌’ 이미지가 강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 이 총장이 과거 국보위 경력과 11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이라는 점이 걸림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끝내 무게중심을 이 총장으로 뒀다는 후문이다.

▲ 25일 오후 서울 숙명여대 총장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에 확정된 이경숙 총장이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수락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은 경제 살리기, 교육이다. 당선자께서도 거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인수위에서) 우선 순위와 경중을 가리는 작업을 하겠다”면서 “새 정부가 우리 국민들을 행복하게 잘 섬기는 정부가 되도록 방향을 잡고, 비전과 목표, 전략을 잘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인의 이 같은 입장발표와 당선자 측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 과거 5공 정권과의 협력 및 유착 관계에 대한 실체는 줄곧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명박 당선자의 정체성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두환 시절에 국보위 위원을 지내고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면, 그것은 우리 역사와 국민에 대해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꼬집은 뒤 “이명박 당선자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그의 역사의식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씨는 이어 “‘여성 정치학 박사 3호’라는 희소성 덕택에 그는 국보위 입법위원으로 발탁되었고 이어 신군부가 만든 민정당의 전국구로 11대 국회의원이 됐지만 손에 피를 묻히고 권좌에 오른 전두환세력의 강압통치를 정당화하고 힘을 보태는데 가담했던 행위의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면서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시켜서 할 수 없이 했다’는 식으로 매듭지을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경숙 숙명여대 교수는 민주정의당에 전국구 케이스로 영입된 2년 후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제5공화국 출범이후 全대통령께서 보여주신 통일에의 의지와 집념은 강렬합니다. 이제 남북이 분단된 지 37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분열에 대한 인식이 습관화되고 생활화되어 통일감각이 쇠퇴하고 있다면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민족사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통일은 기어이 우리 손으로 성취해야 합니다. 통일은 이상적인 열망이 아니요 현실적인 정책입니다.”(제11대국회   제110회   제4차  국회본회의   1982년 3월4일)

한 정치전문가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은 5공화국이 구색을 갖추는데 들러리를 서준 셈이었다. 요즘으로 봤을 때 꿈만 같은 벼락출세였을 것”이라면서 “부정을 보고도 묵인한 범죄의 공범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숙은 하지 않고 새 정권의 인수위원장으로 나서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인재가 없기는 없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이른바 코드인사 논란도 범여권을 중심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경숙 총장이 인수위원장에 발탁된 데 대해 '이 총장이 이명박 당선자가 다니는 교회인 신사동 소망교회의 권사로서 평소 이 당선자와 교우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집권도 하기 전부터, '제 식구 챙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찌됐든 이런 부정적인 일각의 우려와 평가 속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장 인선 내용은 ‘참신’과 ‘실세 실무’의 조화로 요약된다는 긍정적 평가 역시 받고 있고, 일각의 기대처럼 이 당선자가 강조하는 ‘CEO형’ 인물이 선택됨에 따라, 향후 이명박 정부가 어떤 식으로 현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되는 인사정책을 펼칠지 어느 정도 예측되는 대목이다.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약수립 작업을 깔끔하게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4선 중진인 김형오(60ㆍ부산 영도) 의원이 기용됐다. 주 대변인은 이와 관련 “4선 의원으로서 원내대표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일류국가비전위원장으로서 대선공약을 종합 집대성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인수위 조직은 1개 특위와 7개 분과 체제로 최종 확정됐다. 위원장 산하에 국가경쟁력강화특위가 별도로 설치되고 실무기구로 ▲기획조정 ▲정무 ▲외교통일안보 ▲행정 ▲경제1 ▲경제2 ▲사회교육문화 등 7개 분과가 있다.

이전 노무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당시 인수위원장은 임채정 국회의장)가 6개 분과 체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개 분과와 1개 특위가 신설되는 것이고, 각 분과 간사에는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이 대거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국가경쟁력강화특위에는 ▲정부혁신 및 규제개혁 ▲투자유치 ▲기후변화 및 에너지대책 ▲한반도대운하 ▲새만금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6개 태스크포스(TF)가 설치돼 있다. 그 밖의 기구로는 당선자 자문위원단과 취임준비위원회, 국민성공정책제언센터 등이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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