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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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1.18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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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피자헛 직원들…가맹점 체제로 전환해 직원들 고용불안

노조 “직원들 상대로 권고사직 종용, 원거리 발령”
사측 “노조 주장 사실무근, 회사측이 오히려 배려”

“‘피자 주문 후 30분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피자 값을 받지 않는다’는 회사 마케팅 때문에 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회사도 좋고 나도 좋자고 열심히 일해 왔다. 그런데 회사는 매장을 매각한다며 직원들을 고용불안에 떨게 하는 것도 모자라 실업급여를 빌미로 권고사직까지 종용하고 있다. 더 이상 이용당하다 버려질 수는 없다.”
한국피자헛노조 한 조합원의 얘기다. 피자헛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본사가 직접 운영하던 직영점을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영점에서 근무하고 있던 정규직 직원들이 갈 곳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면서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5년 이태원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피자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한국피자헛은 국내에 유명 피자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최근 국내 외식업계에 각종 씨푸드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저가 피자까지 등장하면서 피자헛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최근 피자헛의 순이익은 2003년 이후 최근까지 매출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당기순이익 182억, 2004년 215억, 2005년 103억, 2006년 40억으로 심지어 2007년에는 이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4년에는 30억 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조류독감 파동으로 인한 ‘반짝’ 상승률이었다는 게 노조측 한 관계자의 말이다. 사측은 하락하는 이익률 외에도 ▲매년 미국 본사에 지불하는 전체 매출액의 3% 로열티와 ▲매장이 역세권에 밀집해 있는 탓에 턱없이 비싼 매장 임대료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회사측은 지난해 4월 ‘직영점의 가맹점화’라는 대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 회사측 한 관계자는 “경제는 침체돼 있는데 물가와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돌리면 매장 임대료도 지불하지 않고 각 지점에서 매달 영업수수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 전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실질적으로 매장에서 일해 온 직원들에게 고용불안에 따른 불만을 야기시켰다. 가맹점화 된 직영점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수년 동안 일해 온 직장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매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회사측에서 발령 낸 곳은 모두 이전에 근무하던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점이라는 것. 즉, 회사를 떠나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는 얘기다.

“권고사직…안했다곤 말 못해”

▲ 피자헛노조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피자헛 본사 앞에서 ‘직영점 매각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회사의 직영점 매각으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매각됐거나 매각이 진행중인 매장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종용하고 원거리 발령까지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자헛 노조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피자헛 본사 앞에서 ‘직영점 매각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회사의 직영점 매각으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매각됐거나 매각이 진행중인 매장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종용하고 원거리 발령까지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327개 매장 중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점은 178곳, 가맹점은 149곳이다. 한국피자헛은 지난해에만 30여곳의 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했고, 올해 중으로 매출실적이 저조한 30여개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회사측의 가맹점 확대추진 계획으로 올해만 120여명의 정규직 직원들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매출이 저조한 지방의 점포를 중심으로 권고사직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노조측 입장이다. 그 가운데 지난해 권고사직한 직원 수는 총 22명으로 노조는 알려지지 않은 직원들도 있을 것으로추산, 3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권고사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측 노무팀 한 관계자는 “지난해 22명이 권고사직한 것은 맞지만 그 직원들 모두가 매장매각으로 인해 권고사직당한 것은 아니”라면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직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회사측에서 배려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지만 사직을 종용한 사례가 아예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고 인정하면서도 “‘업무가 적성에 안 맞는 것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코칭해준 것 뿐”이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부실매장, 가맹점주에 떠넘기나

피자헛측은 매장이 가맹점화 된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고용불안을 야기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맹점화 되더라도 새 점주에게 매장관리, 피자제조방법 등을 알려주기 위해 3개월간은 기존 매장에서 근무할 수 있고, 이후에는 타 매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팀 관계자는 “매장 인수인계가 끝난 이후에는 타 매장으로 이동, 근무할 수 있고 절대로 직원들을 강제로 내쫓지 않는다”면서 “경역실적이 악화되고 매장직원 수가 꽉 찼어도 인력이 부족한 매장이 있기는 있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와 관련 피자헛 노조 김용원 위원장은 “경영악화로 매장까지 파는 마당에 회사가 직원들 고용까지 챙겨주겠냐. 현 경영진은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맞추려 하고 있다”면서 “광주의 한 부점장은 매장매각으로 1시간 20분 떨어져 있는 전주로 발령받았다. 이사까지해서 전주로 옮겨갔으나 6개월 뒤 다시 광주로 발령을 냈고, 새로 발령된 매장은 곧 매각이 예정돼 있던 매장이었다. 이게 그만두라는 소리지 무엇이냐”고 말했다.

▲ 한국피자헛 지역별 정규직 직원수
2003~2007년도 한국피자헛 총회자료집에 따르면 실제 피자헛의 직원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03년 기준 직원수는 1,188명이었으나 2007년 11월 기준, 727명으로 약 28% 감소했다. 또 2007년 한해 퇴사자는 200여명이었으나 채용한 인원은 46명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노조는 “2003년과 2007년의 노동생산성(노동강도)을 비교해본 결과 직원 1인당 노동생산성이 반 이상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급여는 68만원에서 85만9천원(평사원 기본급 기준)으로 1/4이 올랐을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기업 입장에서 앉아서 돈 버는 ‘가맹화’가 솔깃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회사는 개별사업자인 가맹점주에게 돈을 벌게 해주려는 것보다 해당점포의 비용 부담을 전가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7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피자헛 노조는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유니언샵이다. 그러나 대리급이상의 직급을 얻게 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된다. 2008년 1월 기준 현재 한국피자헛 정규직 직원은 총 950여명으로 그 중 현장직은 85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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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ce 2009-01-23 21:00:35
피자먹고싶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