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최고 중의 최고 뽑았다”, “부족하면 ‘두잉 베스트’”
신당 “수석인선,영남출신 교수모임” 지역색 비판
[매일일보닷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함께 협력해서 일할 능력이 있고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했다”며 차기정부의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을 발표했다. 이 당선자는 이날 오전 삼청동 금융연수원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석 내정자를 일일이 거명하면서 단상에 함께 자리하는 등 인선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이 당선자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지만 나와 함께 협력해서 일할 능력이 있고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 그리고 비교적 내각에 비해 젊은층을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선정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막판 정무수석 인선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국회와 당과 내각 어느 곳에 두더라도 업무를 다방면에 잘 파악하고 있고 거부반응이 없는 그런 성품의 소유자로 박재완 수석을 내심 결정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오는 25일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후 유우익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수석 비서관 임명식을 가질 계획이다.
이 당선자가 이날 발표한 대통령실 수석 인선의 특징은 또다시 '측근인사' '코드인사'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대통령실 수석 7명과 대변인 내정자들은 ‘최고 중의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누가 봐도 확실한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실력파와 검증된 중량급 인사들로 대통령실 비서진을 짰다는 자평이다.
특히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지만 정부조직개편을 주도한 박재완 의원이 정책과 정무능력을 두루 인정받아 막판 정무수석에 발탁됐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와 관련 “저는 박재완 수석을 일찌감치 맘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정무수석 내정자도 “정부와 국회, 당과 청와대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착실히 하겠다”고 답했다.그동안 후보군에 숨겨져 있다가 여성계 몫으로 깜짝 발탁된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 역시 눈길을 끌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는 “최선을 다해 겸손한 마음으로 여러분과 상의해가며 미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관료 출신 보다는 학자 출신이 많다는 점도 특색이다. 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를 비롯, 김병국, 곽승준, 박미석 내정자 모두 교수 출신이고, 이주호, 박재완 내정자도 각각 KDI와 성균관대 교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석 내정자 가운데 영남권 인사는 4명인 반면 호남권 인사가 없어 출신지가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수석 임명 배경에 대한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 수석 인사 결과를 보니 학자와 경상도 출신이 많다. 수석 인선의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나.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라는 것은 각자 견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그 기준에 맞다고 생각해서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조금 부족한 게 있더라도 '두잉 베스트(Doing Best)'하면 된다" (* 이명박 당선자는 분명 doing best 라고 했는데, 연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doing their best 라고 기사화했다.)
- 폐지된 홍보수석 기능은 어디로 이관되나.
"홍보수석 업무는 정무수석실, 대변인실, 문화부에서 하게 되겠지만 국정홍보처 같은 그런 역할은 (이제) 없다. 각자 일관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막판까지 정무수석 인선을 고심한 이유는.
"정무수석을 고심한 건 아니었다. 박재완 수석을 일찌감치 마음에 두고 있었다"
- 향후 정무수석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지금 시점에서 정무수석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와대와 내각, 당과 야당, 국회 등 여러가지가 새로운 시대에는 잘 협력해서 서로 이해하고 돕도록 하는 것이 국정운영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국회와 당과 내각 어느 곳에 두더라도 업무를 다방면에서 잘 파악하고 있고 서로 거부반응이 없는 그런 성품의 소유자인 박 수석을 내심 결정해 놓고 있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이번 수석들을 선임했다.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하겠다"
- 특임장관 2명 중 1명은 리베로처럼 정무장관 역할도 맡길텐데 정무수석과 역할이 어떻게 분담되나.
"특임장관은 내각에 소속돼서 지금 말하기 그렇다. 또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협의 중이라 특임장관의 위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특임장관은) 새로운 시대에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靑수석 평균 53세 ·절반이 영남출신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의 인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비단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찾으라"는 이명박 당선자의 특별 주문 때문만은 아니다. 그간 업무능력은 물론이고 연령, 성별, 지역 등 출신성분을 고려해 수석 라인을 적절히 안배하기까지 진통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천 명을 추리고 추려서 후보군을 압축해 나갔지만 총선 출마를 이유로 수석 내정을 고사하는 인사들이 많아지면서 막판 혼전이 거듭됐다.
행여 당선인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 당선인의 고향인 경상도 출신 인물들로 수석 라인을 짜는 등 인선이 편향적으로 이뤄졌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현행 10수석 체제가 외교안보·경제·사회정책·교육과학문화·정무·민정·국정기획수석 등 7수석 체제로 재편되면서 차기정부의 일꾼들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 점도 당선인의 고민을 깊게 했다.
결국 당선자는 설 연휴의 끝자락인 10일 김병국(외교안보수석), 김중수(경제수석), 박미석(사회정책수석), 이주호(교육과학문화수석), 박재완(정무수석), 이종찬(민정수석), 곽승준(국정기획수석) 등 차기정부의 수석 내정자 명단을 발표했다.
장고 끝에 마련된 수석 라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들의 평균 연령. 즉각 실무에 돌입할 수 있는 젊은 층을 집중 배치한다는 방침에 따라 평균 연령은 53세로 대폭 내려갔다.
40대가 3명(김병국 이주호 곽승준), 50대가 2명(박미석 박재완), 60대가 2명(김중수 이종찬)이지만 박미석 박재완 내정자가 모두 50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체감 연령대는 훨씬 내려간다. 교육과학문화수석에 내정된 이주호 의원이 47세로 막내이며 민정수석 내정자인 이종찬 법무법인 에이스 대표가 62세로 최고령이다.
출신지별로는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지역이 각각 2명으로 경상도 출신이 압도적인 반면 충청과 호남 출신은 배제됐다. 이주호(경북 칠곡)·곽승준(대구 달성), 박재완(경남 마산)·이종찬(경남 고성) 내정자 등이 포진한 수석 내정자 가운데 경상도 출신은 57%에 육박한다. 충청과 호남의 빈 자리는 서울 출신(김병국 김중수 박미석) 3명이 메웠다.
출신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4명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는 김중수(66학번)·박재완(73학번)·곽승준(80학번) 등 무려 3명의 내정자를 배출하게 됐다. 이주호 내정자는 이 대학 국제경제학과 출신이다. 경제 관련 학과 출신만 무려 4명이다.
당선인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은 이종찬 내정자(법학과) 뿐이지만, 김병국(정치외교학과)·곽승준(경제학과) 등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내정자까지 포함하면 고려대 출신은 실질적으로 3명이다.
내정자 대부분이 미국 유학파 출신인 점도 특기할 만 하다. 김병국 박재완 내정자는 미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과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중수 내정자는 미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일한 여성 수석인 박미석 내정자는 미 미시간주립대에서 가족생태학 석·박사 학위를, 이주호 내정자는 미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곽승준 내정자는 미 밴더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조계 1명(이종찬)을 제외하고 학계 인물들이 포진한 점도 이번 인선의 특징 중 하나다.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병국·곽승준 내정자 이외에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총장인 숙명여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박미석 교수(가족자원경영학과) 등 현직 교수만 3명이다. 한림대 총장인 김중수 내정자까지 합치면 학계 출신은 모두 4명으로 확대된다.
반면 국회의원 출신은 박재완·이주호 의원 2명 뿐이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이들은 각각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내정자는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이사로 재임 중이며 박 내정자는 강재섭 대표 체제에서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동시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과 손발을 맞춘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내정자는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로 영어공교육 실천방안을 진두지휘했고, 박 내정자는 정부혁신규제개혁TF 팀장으로 정부조직 개편안 실무를 담당했다.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 정책기획실장인 곽승준 내정자도 기획조정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결과적으로 인수위 출신 3명이 수석비서관에 선임된 셈이다.
'문민정부'에서 청와대와 연을 맺은 인물도 3명 포함됐다. 김병국 내정자는 대통령자문21세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같은 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중수 내정자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1년 여 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을, 이종찬 내정자는 대통령비서실 서기관을 역임했다.
한, 수석 인선 "국민통합 고민 담긴 훌륭한 인사"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수석 인선에 대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신호탄"이라며 환영과 기대를 표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그동안 이 당선인의 국민통합형.능력형 인사의 고민이 묻어나는 훌륭한 인사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새 정부 출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앞으로 정부조직개편 협상과 원만한 내각 출범이 남았다"며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새 정부 출범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나가는데 힘이 보태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반대로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당선인의 청와대 수석 인선을 혹평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1차기 청와대 수석 진용을 ‘영남 출신의 서울 지역 교수모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우 대변인은 “지난 20년간 본 인사 중에서 지역색을 가장 노골화한 인사”라며 “새 정부에서는 청와대 수석들의 정책조정기능이 강화됐는데, 특정지역 출신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진영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에 대해서는 “식견과 비전을 들어본 바 없어 불안하다”고 비판했고,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에 대해서는 “영어 잘하면 군대면제된다는 법안을 낸 경제학 박사 출신”이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지나치게 교수 위주로 진용을 구성한 것은 그 분들의 경륜과 학식은 이해해도 아마추어적인 설익은 정책 남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힘들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인사를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던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수석비서관 인사를 이렇게 해도 되는지 지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찬희 대변인도 “수석 7명중 무려 5명이 영남지역 출신이고, 6명이 교수”라며 “이명박 정부 첫 인사의 편중된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靑수석 인사 지역 편중, 학벌주의 악습" 광주지역 반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이번 인사와 관련, 총선 예비 후보자 등 지역 정치권 역시 '지역 편중 및 학벌주의 악습'에 대한 우려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광주 광산구 예비후보인 심재민 전 광주시행정부시장은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두 차례 발표한 청와대 인사들의 출신지를 보면 서울 3명, 영남 5명, 제주 1명, 출신대학도 서울대 4명, 고려대 2명, 숙명여대 1명, 육사 1명, 하버드대 1명"이라며 편중 인사를 지적했다.
심 전 부시장은 "이런 청와대 인선이라면 대통령은 호남, 강원도, 충청도의 민심을 들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면서 "이 당선인은 반쪽짜리 민심으로 국정을 펴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 국민의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인사자료를 작성하고 제출한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특정지역과 특정대학 출신에 올인하는 인사는 처음 보았다"면서 "국민통합과 능력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말은 국민을 기만하는 말이다”이라고 비판했다.
광주 북갑에 출마하는 창조한국당 김경진 예비후보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인사는 지역적으로 편중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호남과 충청 출신은 한 명도 없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 또는 고려대 교수가 3명이나 포함됐다는 것은 모교챙기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예비후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 폐지 방침으로 호남이 소외된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지역주의의 틀 속에 갇혀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을 저해시키는 일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또다시 자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광주 광산에 출마하는 신당의 민형배 전 청와대 비서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 7 수석과 대변인 등 8명 인선에 호남출신이 1명도 없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할 만한 일이다"면서 "호남지역에 대한 명백한 정치보복이요, 철저하게 소외시키겠다는 `무언의 선언'이라 할 수있다"고 반발했다.
민 전 비서관은 이어 " 참여정부의 균형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뒤집은 이번 인선은 이명박 정부가 차별정부로 규정될 것임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다"면서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폐지 방침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국가정책을 지역차별 기조로 몰고 가면서 호남홀대를 노골화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광주 광산에 출마하는 민주당의 김승남 전 전남대총학생회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는데 새정부가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지역안배가 되지 않은 것은 앞으로 각종 정부정책이나 지역 균등개발사업 과정에서 호남소외정책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찬희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 발표한 차기 청와대 수석비서관 7명 중 무려 5명이 영남 지역 출신이며 호남과 충청, 강원, 제주 출신은 전무하다"면서 " 이처럼 편중된 인사가 새 정부의 편향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