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국회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여부를 두고 여야 대치가 극렬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8일 "한국당 의원 114명 전원이 고발된다 해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3개월 전만해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단식 릴레이 농성에 나섰다가 '웰빙정당'이라며 조롱을 받았던 한국당이 장외·장내 투쟁 등을 병행하며, 제대로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으로부터 한국당 의원 18명이 고발당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한국당 의원 114명 전원이 고발된다 해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대한다고 특위 위원을 하루에 두 번씩이나 바꿔치기하는 불법, 법안 상정하는 회의를 야당 의원들에게는 통지하지 않는 불법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는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저지했을 뿐 의회를 지켰다"고 했다.
여야 4당이 지난 23일 패스트트랙 처리시한에 합의한 직후 한국당은 이날까지 나흘째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 설치 법안제출을 실력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여야 간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11년 한미FTA 충돌 이후 8년만이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상은 1986년 이후 처음으로 국회 청사에 대한 경호권(국회법 제143조)을 행사했다.
폭력사태에 따른 의원 개개인에 대한 고발 위험에도 한국당이 투쟁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6일 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 166조 1항(국회 폭력행사 등의 혐의)에 따라 한국당 의원 18명(나 원내대표·강효상·이만희·민경욱·장제원·정진석·정유섭·윤상현·이주영·김태흠·김학용·이장우·최연혜·정태옥·이은재·곽상도·김명연·송언석 의원) 고발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때 불안감이 감돌았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고발을 염려하는 의원들에게 "저도 고발당했는데 같이 살고 같이 죽죠"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다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5선의 원유철 의원과 4선의 신상진·정진석·주호영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고발 안 된 중진들이 앞장서자"며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점거의 최일선에 섰다.
이후 27일 장외 집회에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장인상을 당해 "조문을 오지 말고 대여투쟁에 집중해 달라"고 했던 황교안 대표가 발인상 직후 집회가 열린 광화문으로 향했다. 한국당 주최 측은 앞서 열렸던 집회(2만명 추산)보다 두 배가 넘는 5만여명의 한국당 당원, 일반 지지시민들이 참여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대여 투쟁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당 결속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한국당은 민주당의 고발정책에 대응해 맞고발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17명(민주당 박범계·백혜련·송기헌·이종걸·강병원·표창원·김병기·이철희·홍익표·박주민·박찬대·박홍근·우원식·이재정 의원과 함께 정의당 여영국 의원)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 등 혐의로 전날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