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동기동창이고 집에도 자주 드나들던 친구의 여신을 회수해 그 친구가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 때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후배들에게 '금융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미래를 보는 눈을 조금씩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언급했다.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금융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을 거쳐 2005년부터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최고령(69세) 금융지주 CEO인 김 회장은 이달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은 퇴임 뒤 계획과 관련,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생각은 없다. 기본적으로 경영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며 "다만 '하나금융드림타운'과 같이 비일상적인 일은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8월 하나금융고교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다"며 "조금 더 연장해 처음으로 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차기 하나은행장 인선에 대해서는 "다음주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며 "새롭게 회장으로 오는 김정태 행장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차기 행장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기에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성실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업무폭주로 인해 공석으로 둘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외환은행 인수을 인수한 김 회장은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임금 격차와 관련해서는 "현재 알려진 인건비는 총 인건비를 인원으로 나눠 계산한 것"이라며 "이것은 책임자의 비율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의 경우 책임자급이 80%인 반면 하나은행은 50% 수준이다. 이것을 감안하면 결코 임금 격차가 큰 것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성과급 체계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은행의 추가 지분 획득은 페어 스왑을 할 경우 하나금융지주의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론스타 펀드와 협상을 할 당시 있었던 일화들을 소개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오후 론스타 본사가 있는 런던으로 가서 협상을 한 뒤 일요일 저녁에 돌아왔다"며 "막바지 협상이 끝내고 와서 금융감독 기관에 보고를 할 틈이 없었다. 그 사이 론스타 측을 통해 협상 사실이 보도가 돼 곤욕을 치렀다"고 밝혔다.
그는 "론스타와 협상이 주로 런던에서 이뤄졌지만 가끔씩 중국에서 전화가 올 때가 있었다"면서 "그때마다 '혹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며 어떻게 협상을 조율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오랜 시간 몸 담아 온 금융산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1997년말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거치며 우리의 금융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여기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비은행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갖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하고 그들이 네트워킹을 잘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산업이 독과점 체제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효율성 증대와 소비자 후생의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지방은행들이 금융서비스를 골고루 배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상호저축은행도 그 기능을 못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안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질 것"이라며 "정교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본이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은행은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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