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깡통 아파트’ 은행이 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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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깡통 아파트’ 은행이 사들인다?
  • 도기천 기자
  • 승인 2012.08.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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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주택’ 공적 매입 추진 ‘논란’
[매일일보=도기천 기자] 정부가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해법으로 주택 소유권을 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그 집을 임차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여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일부 대선 주자들이 하우스푸어 주택의 공적매입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하우스푸어 문제가 정치권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는 ‘하우스푸어 대책 당정 실무협의회’를 구성, 배드뱅크 설립 등 실무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여상규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이 20일 국회에서 국토부,기재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우스푸어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새누리·금융당국, 캠코·배드뱅크 통해 ‘한계 주택’ 매입 추진
시민단체 “시장자율 침해… 은행에 부실 자산 떠넘기는 셈”
금융지주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오기 전에 대책 세워야”

‘세일 앤드 리스백’은 원래 리스의 특수형태 중 하나로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다른 기업에 매각한 뒤, 이를 다시 임차하여 이용하는 방법을 이르는 경제용어다. 최근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매장 4개를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6000억원 규모의 현금 자산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간 거래에 적용되던 ‘세일 앤드 리스백’을 개인과 은행간의 거래에 적용해 하우스푸어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하자는 것이 이번 해법의 핵심이다. 이 경우 주택소유자는 이자 부담을 줄이고 주택 처분에 따른 주거 불안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안을 추진키 위해 배드뱅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드뱅크는 부실 주택담보대출 채권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자산관리기구다. 배드뱅크는 차압 위기에 놓인 주택을 일괄 매입 또는 임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는데 있어서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된다.

금융권 공동출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배드뱅크는 ‘리스백’ 형태 뿐만 아니라 주택대출자의 이자 일부를 탕감하는 대신 채무를 재조정해 원리금을 일정기간에 걸쳐 돌려받는 방식 등 다양한 가계빚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대출금이 LTV(담보가치인정비율)를 초과한 주택을 우선 매입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낙찰가가 시세(감정가)보다 낮아지는데다, 집을 비워줘야 함으로써 대출자와 가족 전부가 큰 고통에 직면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 금융권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악성 하우스푸어’ 실태조사 착수

금융당국은 우선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넘긴 담보물을 보유한 하우스푸어 가구의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통상 하우스푸어란 ‘1가구 주택자 중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이 가처분소득의 10%를 넘고 빚을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이는 가구’를 지칭하는데, 이 경우는 이보다 심각한 ‘악성 하우스푸어’인 셈이다.

이들이 부동산 경기가 최고점인 2005~2007년 당시 2금융권 LTV 최대 한도인 70%(1금융권 50%)로 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보유한 주택은 현 시세대로라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깡통 주택’으로 전락했을 수 있다.

당시 담보대출 한도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실거래가격 부풀리기(일명 업계약서), 후순위대출(1금융권 대출 뒤 2금융권에서 추가대출), 담보대출에다 신용대출까지 얹어서 대출해준 관행 등 각종 편법(또는 불법)대출이 횡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사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하우스푸어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여상규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하우스푸어 TF에서 5개 아젠다와 14개 과제를 정부와 조율하고 있다”며 “당정이 합의하면 입법 사항은 야당과 협의해 법안을 발의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사항은 정부가 개정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빚 없는 사회’를 내세운 민주당 정세균 후보는 최근 토론회에서 “자기 능력보다 더 큰 주택을 소유하다가 거래가 되지 않아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가계들은 배드뱅크를 만들어 이들의 주택을 매입하고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배드뱅크 설치를 비롯,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감면 내지 폐지, 신규 주택공급억제 등 14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과제 중 배드뱅크 설립은 주택 호황기에 담보대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로 수익을 남긴 금융권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동 출자하는 방식으로 하우스푸어 주택을 인수해 재임대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별개로 추진되는 금융지원 방안으로는 LTV(담보인정비율) 60% 초과대출에 대한 금융권 상환요구 자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재원 확대, 대출구조전환(2금융권→1금융권), 이자 탕감(개인별 채무조정프로그램 도입) 등이 있다.

여상규 부의장은 “이자부담이 불가능한 주택 소유자들의 집을 공적으로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 외에도 세제·금융 지원과 거래활성화를 위한 대책,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수요에 맞춰 억제하겠다는 과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캠코-배드뱅크 이원화 검토

더나가 새누리당은 하우스푸어 주택매입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맡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새누리당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정은 캠코가 ‘한계주택공적매입’을, 은행권이 만드는 배드뱅크가 하우스푸어 가구의 채무재조정을 맡는 이원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캠코는 지난 90년대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개인 신용회복 사업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캠코가 부실기업의 부동산 물건을 매각하는 공매를 해오고 있는 만큼 하우스푸어 주택 매입에도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현재 정치권이 추진하는 하우스푸어 대책은 정부와 협의를 거치고 금융권의 공감대도 얻어야 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은 높다.

다행히 금융지주들은 정부의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처럼 주택가격 폭락으로 금융권까지 파산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고통분담이 따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당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원인이 ‘월가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간담회에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리스백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정부의 제안에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리스백 제도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정부가 보증지원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금융당국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는 ‘하우스푸어 대책 당정 실무협의회’를 구성, 리스백 제도와 관련된 배드뱅크 설립, 캠코 활용 방안 등 실무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은행들에게 이자 탕감, 배드뱅크 설립 등을 요청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시장논리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재편될 기회를 결과적으로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는 것. 또 자산관리공사(캠코)가 40조원의 건설사 지원(구조조정)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근 국회가 승인한 상태에서 굳이 별도의 민간 배드뱅크를 만들겠다는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실 부동산 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은 결국 은행에 부실 자산을 떠넘겨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과거보다 가계 부채 규모가 더 커진 데는 그동안 부동산시장 구조조정을 인위적으로 지연시켜온 게 부메랑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는 만큼 (배드뱅크 설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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