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첫 직장 평균근속기간 1년 5.9개월(2018년 통계청 조사), 대졸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 27.7%(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한쪽에서는 취업하지 못해 난리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퇴사하려 애쓰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웹툰 ‘미생’의 대사처럼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인데, 왜 청년들은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 두고 지옥으로 향하는 걸까?
통계청 조사를 보면, 청년들이 힘들게 들어간 첫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로 과반 이상인 51%가 ‘노동여건 불만족’을 들었고, 14.2%가 ‘개인 가족적 이유’(육아·건강·결혼), 12.4%가 ‘계약기간 만료’ 순서였다. 퇴사한 청년 4명 중 3명은 사실상 비자발적 퇴사로 내몰린 셈이다.
그동안 언론들은 청년들이 ‘가슴 뛰는 일을 찾아서’ 또는 ‘욜로’을 추구해 퇴사를 감행한다가나, 인내심과 적응력 부족을 꾸짖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계기와 원인이 무엇이든 퇴사는 청년들의 ‘개인적 선택’으로 간주되었다.
정말 그럴까? 지금의 청년들은 취업에 대한 강박으로 떠밀리듯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취업 스펙준비에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정작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일단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내딛지만 이들 앞에 놓인 노동현실은 열악하기 일쑤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경직된 조직문화도 이들이 퇴사를 선택하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직장에서 자신의 성장, 승진 등 비전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퇴사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퇴사할 때는 창업이나 혁신적인 일을 꿈꾸지만 결국 첫 직장과 비슷한 회사를 다시 선택하면서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게 되는 어두운 현실이 계속 되는 것이다.
퇴사는 비단 불안정 청년 노동자만이 아니라 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에게도 현실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왜일까? 이들은 고용과 소득을 얻는 대가로 생활의 여유 등 삶의 안정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죽을힘을 다해 들어간 회사에서 계속 버티다가는 죽기 일보 직전이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크다. 평생직장 신화가 깨진 시대에 정규직이라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미래의 불안감이 크다. 그 불안감이 외려 청년을 조기 퇴사로 이끈다.
그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고용률 제고를 위해 취업 등 밀어내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청년퇴사는 개인적 선택이거나 기껏해야 미스매칭 문제 정도로 간주하고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경제의 양극화와 노동규범의 혼돈 한가운데 청년 노동자들이 서 있다. 욜로든 소확행이든 청년 개인의 선택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