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옥이 있다면 바로 태안이 지옥”
국회 특위 “대통령이 이건희 만나라” 정치쟁점화 피해민연합회 “삼성 사과 받아내는 후보 지지할 것”
피해단체 회장 ‘할복’ 시도…주민분노 극에 달해
삼성중공업 “보상증액 주주단 동의 있어야…”[매일일보=도기천 기자] 지난 2008년 충남 태안 앞바다와 서해안을 검은 재앙으로 뒤덮은 삼성중공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5년 가까이 됐지만 삼성 측이 여전히 “지역개발기금 출연금을 1000억원 이상 낼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 피해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더구나 지난 25일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회원 800여명이 서울 서초구 삼성중공업 사옥 앞에서 항의시위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연합회장 국응복 씨가 할복자살을 시도해 사태가 겉잡을 수없이 번지고 있다.국 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낭독한 뒤 ‘피해주민 의견서’를 삼성중공업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막자 공업용 커터칼을 꺼내들고 자신의 배와 가슴을 2~3cm 깊이로 수 차례 베는 자해를 시도했다. 국 회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집회 당시 피해주민 1명이 삼성 측의 피해보상 등을 촉구하며 사옥 주변 10여m 높이의 철제 구조물에 올라가 1시간 30여분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이처럼 피해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국회 태안유류피해대책특위(이하 특위)는 지난 29일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태안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측의 성의있는 보상과 사후 대책마련을 재차 촉구했다.새누리당 김동완 의원(당진)은 “10년전 스프린스호 사건시 GS칼텍스는 5분의 1밖에 기름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1000억원을 출연했다”면서 “삼성이 사고발생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연금 1000억원만 내놨는데 이게 적정하냐”고 노 사장을 몰아붙였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공주)은 “지옥이 있다면 바로 태안이 지옥”이라며 사태해결을 촉구했다.하지만 삼성 측의 태도는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노 사장은 특위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삼성중공업은 외국인 투자자 지분 28%,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지분 5%를 갖고 있는 만큼 이들의 의사를 먼저 타진해야 한다”며 “이들은 법리적 절차에 따른 검토를 원하는 만큼 보상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다만 노 사장은 “정부, 피해주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협의체가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으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도 좋고, 여러 난제를 풀기 수월할 것”이라며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내놨다.하지만 피해주민들은 삼성의 이같은 태도를 ‘시간끌기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화채널을 만들어 협의하겠다는 삼성 측 입장은 이미 지난 4년간 계속돼 온 것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할복자살을 시도했던 국 회장은 “태안기름유출사고는 폭풍주의보가 발효되었음에도 삼성중공업이 무모한 항해를 강행해서 발생된 분명한 인재”라며 “12만7000여명의 피해자와 4조3000억원의 피해액은 있지만 가해자는 사라진 사건으로 5년을 보냈다. 이제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이 해결책 마련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보령·서천)도 “삼성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직후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현실에 맞는 보상 대책을 내놔라”고 질타했다.
[매일일보]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