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사태 대선 이슈 부상…삼성중공업 여전히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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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태 대선 이슈 부상…삼성중공업 여전히 ‘모르쇠’
  • 도기천 기자
  • 승인 2012.11.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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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옥이 있다면 바로 태안이 지옥”
▲ 태안 사태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9월25일 국회 태안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홍문표 의원) 소속 의원들이 충남 태안군을 방문, 유류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태안군청 제공)
국회 특위 “대통령이 이건희 만나라” 정치쟁점화
피해민연합회 “삼성 사과 받아내는 후보 지지할 것”
피해단체 회장 ‘할복’ 시도…주민분노 극에 달해
삼성중공업 “보상증액 주주단 동의 있어야…”

[매일일보=도기천 기자] 지난 2008년 충남 태안 앞바다와 서해안을 검은 재앙으로 뒤덮은 삼성중공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5년 가까이 됐지만 삼성 측이 여전히 “지역개발기금 출연금을 1000억원 이상 낼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 피해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5일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회원 800여명이 서울 서초구 삼성중공업 사옥 앞에서 항의시위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연합회장 국응복 씨가 할복자살을 시도해 사태가 겉잡을 수없이 번지고 있다.

국 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낭독한 뒤 ‘피해주민 의견서’를 삼성중공업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막자 공업용 커터칼을 꺼내들고 자신의 배와 가슴을 2~3cm 깊이로 수 차례 베는 자해를 시도했다. 국 회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집회 당시 피해주민 1명이 삼성 측의 피해보상 등을 촉구하며 사옥 주변 10여m 높이의 철제 구조물에 올라가 1시간 30여분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국회 태안유류피해대책특위(이하 특위)는 지난 29일 삼성중공업 노인식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태안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측의 성의있는 보상과 사후 대책마련을 재차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당진)은 “10년전 스프린스호 사건시 GS칼텍스는 5분의 1밖에 기름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1000억원을 출연했다”면서 “삼성이 사고발생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연금 1000억원만 내놨는데 이게 적정하냐”고 노 사장을 몰아붙였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공주)은 “지옥이 있다면 바로 태안이 지옥”이라며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삼성 측의 태도는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노 사장은 특위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삼성중공업은 외국인 투자자 지분 28%,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지분 5%를 갖고 있는 만큼 이들의 의사를 먼저 타진해야 한다”며 “이들은 법리적 절차에 따른 검토를 원하는 만큼 보상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다만 노 사장은 “정부, 피해주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협의체가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으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도 좋고, 여러 난제를 풀기 수월할 것”이라며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피해주민들은 삼성의 이같은 태도를 ‘시간끌기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화채널을 만들어 협의하겠다는 삼성 측 입장은 이미 지난 4년간 계속돼 온 것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할복자살을 시도했던 국 회장은 “태안기름유출사고는 폭풍주의보가 발효되었음에도 삼성중공업이 무모한 항해를 강행해서 발생된 분명한 인재”라며 “12만7000여명의 피해자와 4조3000억원의 피해액은 있지만 가해자는 사라진 사건으로 5년을 보냈다. 이제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이 해결책 마련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보령·서천)도 “삼성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직후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현실에 맞는 보상 대책을 내놔라”고 질타했다.

野, ‘삼성-MB’ 싸잡아 질타

피해주민들은 지난 수년간 삼성 측에 지역개발기금으로 5000억원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삼성측은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7년 12월경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지역개발기금 등의 명목으로 1000억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시부터 피해주민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반발해 왔었다. 그나마 1000억 출연조차도 집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개발기금은 피해 배상 및 보상과는 별도로 해양 생태계 복원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피해주민들이 삼성측에 5000억 출자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삼성측이 사고 당시 자체 조사해 밝힌 것보다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피해상황은 충남 태안반도 일대가 타르로 오염된 정도였지만, 차츰 호남 지역 해안 전체로까지 피해가 커지면서 충남 및 전라도 지역 10개 시군으로 피해가 확대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태안 지역만 하더라도 1천억원으로는 해역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며, 피해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증액 없이는 서해안 해양환경 복원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태안군에 따르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 대한 피해배상 청구건수는 수산분야 1만842건, 1조6천74억5천700만원, 관광 등 비수산분야 1만7천729건, 5천712억500만원, 방제분야 302건, 4천508억5천200만원 등 2만8천873건, 2조6천295억1천400만원에 달한다.

이중 국제기금의 사정건수는 2만8천473건으로 사정률이 98.6%에 달하지만 사정작업에서 피해배상이 인정된 사례는 4천567건, 1천761억7천3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배상 청구금액 대비 인정금액 비율은 6.7%에 그쳤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배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3천939건, 1천637억7천200만원에 불과한 상태다.

피해가 가장 심한 태안군의 경우도 2만6천509건에 6천556억3천600만원의 배상이 청구됐지만 배상금 지급은 1만2천474건, 420억9천만원에 머물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태안 특위에 소속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삼성 측을 질타하고 있지만 온도차가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삼성중공업이 보상규모를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하고 있다. 집권 초기에 발생한 태안사태가 임기가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다음 정권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는 점에서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야당 의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여기다 피해지역 주민들도 대선 이슈로 태안 사태를 다뤄줄 것을 정치권에 제안하고 있다. 피해민총연합회 국응복 회장은 “대선주자들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과를 받아내고, 피해민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주민들간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파탄난 지역경제와 파괴된 자연환경 복원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 이건희 회장을 만나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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