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전주지역 대표 의료기관인 전북대학교병원과 예수병원이 향후 장례 및 의료 업무에 전주에서 생산된 전통한지 제품을 사용키로 하면서 한지산업의 판로가 넓어지게 됐다.
특히 두 의료기관은 향후 장례식장을 통해 일제잔재로 알려진 삼배수의보다는 한지수의 사용을 독려키로 하는 등 전통한지의 쓰임새를 기존 공예품 중심에서 장례품 등 한지산업으로 확장시키는데 앞장서기로 했다.
전주시는 19일 전주시장실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조남천 전북대학교병원장, 김철승 예수병원장, 최영재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주한지수의 및 전통한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이날 협약에 따라 협약참여기관들이 한지제품 구매와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보다 체계적인 행정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으며, 전북대학교병원과 예수병원은 장례식장에서 전주한지장이 만드는 한지수의를 도입·사용하는 것은 물론, 병원업무에도 한지제품을 사용해 나가는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생산자단체인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향후 더욱 경쟁력 있고 우수한 한지수의 및 한지제품을 개발해 양질의 한지제품 제공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앞서,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은 신협중앙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최근 활옷형·당의형·단령형 등 한지수의 신상품을 개발한 바 있다.
전주한지수의는 전주한지장이 전통방식으로 떠서 줌치기법으로 형태를 만들며, 수의 1벌당 전지사이즈(145×75cm) 55장이 소요돼, 한지수의가 활성화된다면 전주한지 판로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특히 한지를 사용하면 활옷·당의·당령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의를 제작할 수 있고 삼베수의와 달리 화려한 색상과 전통문양을 표현할 수 있어 수려한 심미성이 돋보이고, 매장 시 생분해도가 현저히 높아 친환경 장례문화를 만드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시는 이번 협약 체결로 인해 전북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에서 우수한 한지수의와 한지의료제품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왜곡된 전통 장례문화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전주한지산업 발전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향후에도 신협중앙회,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과 함께 전라북도 의료기관과 타 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해 친환경적이고 민족의 얼이 담긴 전주한지수의의 우수성을 알리고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해 나갈 방침이다.
조남천 전북대학교병원장과 김철승 예수병원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전통장례문화를 계승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전주한지수의가 우리병원의 장례용품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병원 의료 업무에서도 한지제품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영재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주한지 제품개발과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고 계시는 신협중앙회와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더욱 경쟁력있고 우수한 한지제품을 생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북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인 전북대학병원과 예수병원에서 전통문화 계승에 공감해주시고, 전주한지산업발전을 위해 동참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이번 협약이 우리민족 고유의 장례문화를 되살려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주한지장인들에게는 자부심을 지켜낼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베수의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의례준칙(1934년)’에 담아 공포하면서 전통문화인 것처럼 정착시키고 확산시킨 일제잔재로, 조선시대에는 유교사상에 의해 상장례(喪葬禮)를 중시해 비단 등 으로 가장 화려하고 좋은 옷으로 수의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