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지난 8월과 9월 연속으로 소비자 물가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과 증권 시장의 버블붕괴에 따른 장기불황을 한국 상황에 대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고 정부 역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형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니어재단 세미나에서 제기된 문제 역시 ‘한국형 장기 불황 가능성’이었다. 당시 세미나에서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파괴와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경제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경기 하강이 가속화됐다”며 “기업·가계 부문 심리가 위축되면서 장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봤다. 대외 악재와 정부의 정책실패가 한국형 디플레이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 전 장관은 “소득주도성장은 소비·투자를 억누른 총수요 억제정책으로 경기의 하강 속도를 한층 가속화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법인세율 인상으로 노동 공급과 자본 투입이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며 정부를 향해 “국정 우선순위를 경제정책에 두고 정책을 재점검하고 재설계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일본과 다른 형태의 장기 불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가 더 나빠지면 부동산 거품 붕괴와 외환위기가 동반되는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출과 경상수지 지표가 부진하면 위기 신호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의 특별좌담회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 당장 1%대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는 조사를 한시적으로라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노동비용을 높여 경기 하락을 부추겼고 기준금리 인상 역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며 “지금과 같은 직접적 정책 개입보다는 고용위험 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과 함께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필요와 연결된 정책은 그 자체가 시장경제의 위험요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