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이 추진했던 핵심 국정과제인 4대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등 집권 막판 대반격에 나섰다. 이 같은 반격에 정부와 친이(친 이명박)계도 합세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는 앞으로 박근혜 새정부 출범 후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조사가 본격화할 경우 이 대통령 및 친이직계의 거센 반발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새 정부 출범직후 신·구 정권간 최대 갈등 요인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럴 경우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4대강 전도사’ 이재오 의원 등도 반발에 가세하면서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절대다수 국민들 사이에서는 감사원 감사 발표 후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와 필요시 책임자 사법처리를 주장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어 박근혜 당선인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국민적 다수 여론을 묵살할 경우 ‘불통 논란’에 휩싸이면서 MB정권 초기와 같은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22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4대강 논란과 관련,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총리실 주도로 객관적인 검증을 해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4대강 감사를 놓고 감사원과 관계 부처의 의견 차이가 있어 국민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 가운데 지적이 옳아서 시정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 시정하고, 사실 규명이 필요하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지난 18일 4대강 사업이 보의 안전성 등 총체적 부실이라고 발표하자 마자,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이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청와대의 강수에 대해 "퇴임을 앞두고 밀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친이계도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4대강사업을 주도한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이 대통령은 물론, 친이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소속이자 친이계인 김범일 대구시장은 2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저는 4대강 사업이 성공적이었고 잘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홍수예방이라든지 가뭄예방에 대한 성과가 엄청나다. 앞으로 그 효과를 많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앞서 친이계인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21일 “저는 4대강사업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4대강 사업은 우리의 수자원을 확보하고 또 가뭄이나 홍수예방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서도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것은 그것이 결정적인 하자냐, 아니면 사소한 하자냐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거고 모든 공사를 할 때 공사마다 100% 완벽한 공사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정부와 동일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 역시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제대로 감사하고, 발표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감사원 발표에 강한 불신을 나타낸 뒤, “감사원의 발표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댐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게 됐다. 왜 그렇게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감사원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4대강 사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국회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4대강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국회 차원이든 어디서든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에 야당도 납득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해야 한다”면서 “조사를 하고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2008년 늦가을부터 2009년 여름까지 16개 보 건설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며 “그것이 왜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하게 됐는지를 푸는 열쇠”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2007년)이 끝나고 나서 대운하 건설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 나왔다”며 “그 후에 결국에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대형 건설회사들이 대운하나 태스크포스 같은 일종의 팀을 만들어서 사업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집회 후 대운하 포기선언이 나왔는데 얼마 뒤에 난데없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2009년 여름까지 국토부에서 4대강 유역 치수계획을 수정했을 때까지만 해도 보 건설은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인수위에도 박근혜 당선인이 권한과 책임을 주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사람도 없다”면서 “이 문제를 잘 풀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문제를 박근혜 당선인이 덮어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논란이 국회로 옮겨 붙을 조짐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4대강 사업에 대해 ‘필요시 보완’ 입장을 밝혀온 데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국론 분열이나 갈등으로 인해 새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사업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사업을 수정·보완하는 방법론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특별검사 수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무조건 국조부터 하자는 것은 분란만 일으킨다”며 국정조사 실시보다는 해당 상임위차원의 확인 작업을 우선하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용을 판단해 봐야지 무조건 국정조사를 하자고 주장할 것은 아니다”라며 “국토부나 환경부의 설명이 감사원 발표와 다르니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필요한 부분을 정밀분석 해본 다음에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면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간 후 이번 주에 국토위 환노위 법사위 등 상임위를 열어 따져 묻겠다”면서 “국정조사를 거쳐 (책임자에 대한)사법 처리를 해야 하니까 특검까지 가야한다”고 말해 선 국정조사, 후 특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만큼 신구정권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인수위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고 국회 논의 결과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