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인프라 구축 미비…당근보다 채찍 든 정부
이통3사, 코로나19 여파·주파수배정 비용·단통법 과징금에 투자금 ‘바닥’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주요 축 중 하나로 디지털 뉴딜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5세대(5G) 통신 산업 확장을 추진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이들의 속내는 기대와 달리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영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정부의 ‘5G 인프라 확장’ 요구 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5G 산업 확장’ 기조와 상반되는 결정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다.
디지털 뉴딜 핵심 내용인 △DNA(D데이터·N네트워크·A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데이터 댐 △AI 정부 △디지털 트윈 등 대부분의 정책 모두 ‘5G 인프라’가 기본 조건이다.
5G의 속도는 4세대 통신(LTE)의 최대 20배인 20Gbps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해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지녔다. 이 때문에 4차 산업은 물론 비대면 문화 확산에도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정부는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룬 만큼 ‘IT 강국’의 특성을 이용,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겠단 포부다. 디지털 뉴딜의 시작점을 ‘5G’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재 5G커버러지는 LTE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모든 지역 서비스 목표도 2022년으로 잡고 있다.
5G는 주파수 특성상 LTE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고 통신장비 설치비용도 높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도 증가했다. 상용화 이후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일상생활에서 5G를 체감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 구축된 망도 B2C(소비자 거래)영역 중심이라, 정부가 추진하는 B2B(기업 간 거래)·B2G(기업-정부 간 거래)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당근보다 채찍을 들었다. 기업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높이라는 요구를 은연중에 기업에 전달하고 있다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여기에 못을 박았다. 전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5G망 구축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투자 세액 공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5G망 구축에 예산을 투입하는 외국 사례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통3사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정부에 제출한 주파수 활용계획에 따라 연내 기업별로 1만5000개씩 28㎓ 기지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5G 단독모드(SA) 도입도 진행하고 있지만, 투자비용 마련의 어려움으로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물론 △5G 기반 정부업무망 도입 △SOC 디지털화 사업 등 공공분야 사업 수주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망 확장 속도를 따라가기엔 버거운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주파수 재배정 비용을 3조원 가량 책정하고, 최근 500억이 넘는 단통법 과징금이 부여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5G 확장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직접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주파수 재배정 비용 등을 합리적으로 논의해 5G 투자금 마련에 부담감을 낮춰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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