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보령공장, 신규투자 없으면 2022년 이후 물량 감소 불가피
철강업계, 변속기·엔진 소재 특수강 수요 급감…새로운 먹거리 찾아야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의 끝이 보인다. 내연기관차가 단기간 사라질 일은 없겠지만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 생태계를 뒤흔드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나서면서 전기차의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부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생태계가 변곡점을 맞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어 부품업계 내 빠른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에 양산할 전기차 NE에 칼럼식 변속레버를 적용하기로 했다. ‘스티어링 칼럼 시프트 레버’를 뜻하는 칼럼식 변속레버는 기존 스틱(기어봉)을 이용한 변속이 아닌 운전대 뒤쪽의 깜박이(방향지시등) 레버와 같은 방식을 이용한다.
전기차는 속도를 제어하는 변속기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변속레버의 역할은 드라이브(D), 주차(P), 후진(R)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큰 공간을 차지하는 기어봉은 쓸모가 없어진 셈이다.
변속기의 소멸은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를 생산하는 계열사인 현대파워텍과 현대다이모스를 합병했다. 생산량 감소에 따른 영향도 있었지만,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도 볼 수 있다.
기아차에서도 변속기와 관련된 잡음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는 애초 화성공장에 공급되는 변속기 물량을 2021년(18만2635대), 2022년(14만1966대), 2023년(13만389대)로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조의 벽에 막혀 2023년까지 생산 물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해외 생산량을 국내로 가져 왔을 뿐 전체 생산량 감소에는 변화가 없다.
한국지엠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령공장 운영이 문제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보령공장의 경우 6단 변속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2022년까지는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공장 가동에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적용되는 것은 물론 KD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있어서다.
GM은 멕시코 공장에서 9단 변속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보령공장의 3세대 6단 변속기의 효율성이 좋아 여전히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내연기관차의 변속기도 최근 고단으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추가 투자가 없을 경우 물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2023년까지 신형 전기차 20종을 내놓을 계획을 밝힌 바 있어 보령공장에 신규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내 지배적 시각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뿐만 아니라 소재를 생산하는 철강업계도 수요 감소 문제에 봉착했다. 전기차는 변속기 외에도 엔진이 사라진다. 자동차 외판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엔진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강 소재를 생산하는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과 같은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기류는 변속기 소재를 생산하는 중견 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변속기에 적용되는 냉연특수강을 생산하는 기업은 동국산업과 한금, 나스테크 등 3곳이 있는데 이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현재까지 공장 가동률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이르기 때문에 수년 내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