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시장불신 커져
[매일일보]한국은행의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융시장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동결 시사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시장이 맞서는 양상을 보이면서 결국 한쪽이 큰 피해를 보고 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내린 0.5%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반대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금융시장은 9일 열리는 금통위를 앞두고 이뤄진 김 총재의 발언에 대해 금리를 동결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 총재의 발언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6일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09%포인트 오르고 10년물도 0.07%포인트 상승하는 등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다음날인 7일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54%로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떨어졌고 5년물과 10년물도 0.01%포인트씩 내렸다. 단 하루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에선 호주 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금리 이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 총재의 이번 발언 때문에 금융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금리가 이번엔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122명 중 71.3%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외국계 투자은행(IB) 대부분도 동결로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동결이 우세하지만 시장의 실제 금리 움직임에는 ‘이번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이는 금리 인하로 이익을 보길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단순한 희망사항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달 금통위에선 김 총재의 동결 주장에도 불구하고 4(인하) 대 3(동결)으로 뒤집혀 인하론이 우세해질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불신과 일맥상통한다.
이번에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리가 일시적으로 출렁거릴 뿐 중장기적으로는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