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대기업 신사업이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핵심 수익창출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를 거친 이번 실적시즌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다. 사상 최악의 전염병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한 각국의 경기부양 노력이 기업의 수익구조를 바꿔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비메모리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며 미래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비메모리 사업 매출은 4조6700억원이다. 전년 동기 3조6100억원에서 크게 늘어났다. 전분기 4조5200억원에 비해서도 성장세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비메모리 사업 비중은 2019년 4분기 21.5%에서 지난해 3분기 24%, 그해 4분기 25.6%까지 성장했다.
비메모리 중에서도 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중국업체 등 경쟁사들과 미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그 속에서도 지난해 4분기 역대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달러약세에 따른 환손실을 제외하면 이익도 늘어났다.
삼성 그룹차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였던 바이오 신사업이 빛을 보는 양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4분기 375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007억원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620억원 커졌다.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361억원 증가한 926억원을 거뒀다. 특히 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29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삼성은 여느 바이오의약품 사업처럼 임상 실험 결과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위탁생산 설비를 구축, 안정적인 신사업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전장부품 사업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 4분기 이부문 매출은 1조9146억원이나 돼 이미 주축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전년 동기에 비해 41.3%나 성장하면서 코로나 시기에 글로벌 전장부품 수요가 폭증한 현상을 방증했다. 영업이익은 아직 적자(-20억원)이나 전년 동기 대비 616억원 증가해 흑자전환을 코앞에 뒀다.
전기차 붐을 증명하듯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성장 궤도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조원 넘는 매출액을 기록한 가운데 배터리 사업(LG에너지솔루션) 매출(4분기 4조1279억원)이 분기 처음으로 석유화학 부문 매출(3조6736억원)을 뛰어넘었다. 배터리 사업 영업이익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결과 연간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어엿한 캐시카우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이들 신사업과 다르게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정유사 등 비교적 단순한 원료 사업이나 오래된 제조업은 코로나 타격이 컸다.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IT 등 신규 일자리 지원 정책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이들 영역은 소외된 것으로도 비친다. 각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로 글로벌 무역 가치사슬도 약화돼 전통 산업 영역이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에서 신재생에너지나 IT산업 등 미래 산업 영역과 밀접한 부품 및 제품 신사업의 수익창출 성과가 커졌다”며 “전부터 친환경이나 IT융합 등을 통해 제품을 고부가가치화했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