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 통보 방식 한계…"주민 반발 예견"
“사전 충분 논의 필요”…민간·공공 조화 주택 공급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태릉골프장을 통한 주택공급 일정이 연기됐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다. 원인은 지자체와 주민 반발이었다. 용산 캠프킴 부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5·6대책에 포함된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3000가구) 개발도 정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탓에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공급대책이 아닌 주택시장 수요에 맞는 민간과 공공이 조화를 이룬 주택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8·4 대책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시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 가구), 예전 용산미군기지 캠프킴(3100가구) 등 정부가 소유한 ‘노른자위 땅’에 3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발표한 '2021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용산정비창(1만 가구)과 태릉골프장(1만 가구) 등에 대한 지구지정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2027년부터 입주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일부 노원구민이 노원구청장을 상대로 주민소환 투표를 추진하는 등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일정을 내년으로 한 차례 더 늦췄다.
다른 부지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용산구가 최근 공개한 지구단위계획에는 캠프킴 일대를 상업지역으로 조성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곳에 집을 짓겠다는 정부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에 대해서도 마포구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초 3000가구를 공급하려던 서울의료원 부지 역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원안 사수를 요구하며 지난 2019년부터 서울의료원 용지 공공주택 건립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MICE 단지의 한가운데 있는 서울의료원 용지에 주택이 공급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도 수정된 바 있다. 이곳 역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되는 등 잡음이 컸다. 이에 정부와 과천시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 과천지구에 원래 계획보다 300가구를 늘린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별다른 논의 없이 정부가 강행하면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나 논의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 공급대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공급 물량과 속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역과 공급량을 할당하면서 반발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공급에 있어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공급만으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그러므로 정부는 민간 재개발, 재건축 사업도 적극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