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국 투자는 폭발적 파운드리 수요 대응 현지시장 선점 전략
전략거점 확대하며 TSMC 맹공…파운드리 생태계 확장 전략 가속화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더 나은 미래”, “가 보지 않은 미래” 등 최근 잇따라 ‘뉴삼성’을 강조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확정지으며 비메모리 사업 비전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기존 메모리에 집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으로 수요가 폭발적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입지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미국 현지 출장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시킨 이 부회장의 행보는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도 연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투자를 통해 전략적 거점을 확보한 선택은 향후 현지 시장 수요를 선점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파트너사들과 파운드리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TSMC와의 선두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투자 발표 이전 이 부회장이 현지 출장기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아마존 등 현지 파트너와 미국 백악관 및 연방 정부 의원들까지 두루 교섭한 것도 이러한 생태계 전략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 구글의 경우 자체 생산한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에 대한 파운드리 업체 선정 과정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과 구글 CEO의 만남이 파운드리 협력 단계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부지 선정 과정의 혼선을 거쳐 최종 테일러시가 선정된 데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와 반도체 생태계,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테일러시에 마련되는 약 150만평의 신규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 또한 텍사스 지역에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있어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인재 확보에도 많은 이점이 있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강화되며 고객사 수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다양한 신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차세대 IT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하자”고 밝힌 대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TSMC보다 선제적으로 내년 상반기 3나노 파운드리 양산 계획을 밝히며 선두경쟁을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3나노에도 기존 핀펫 공정을 유지하는 TSMC와 달리 독자적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기반 공정 전환에 나서 차별화를 택한 것이 양사 대결구도의 새로운 관전포인트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 사업 영업이익은 이미 3분기에 9070억여원을 기록하며 1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의 준수한 실적으로 기존 메모리 위주 반도체 사업을 지탱하는 또다른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는 국가 수출의 새로운 동력으로도 급부상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최근 파운드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 10월까지 6개월 연속 30억달러대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