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정서적‧학습적 메타인지 완성 위한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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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정서적‧학습적 메타인지 완성 위한 필요조건
  • 김민아 교사(수원신곡초등학교)
  • 승인 2022.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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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교사(수원신곡초등학교)
김민아 교사(수원신곡초등학교)
[매일일보] 몇 년 전 폭력적이라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조금만 화가 나도 주먹을 불끈 쥐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다가도 유독 화가 났을 때만 반응이 지나쳤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폭력적인 생각이나 악의적 의도 없이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었다. 아이와 화(火)의 감정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함께 연습했다. 화가 날 때 한 발짝 뒤로 물러서 그 마음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화가 가라앉을지 스스로 실험해보도록 조언했다. 아이는 연습을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점점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내는 모습도 줄어들었다.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떠오른 감정을 어떻게 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상위 인지인 메타인지가 작동한다면 통찰 있는 감정 컨트롤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내 정서적 환경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메타인지로 내 정서적 환경을 조절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의 객관화를 의미한다. 그 감정을 나와 따로 떼어놓고 살펴본 뒤, 시행착오를 통해 나에 대한 감정조절 데이터를 쌓는 것이다. A의 방법대로 했더니 결과가 어땠는지 살펴보고 그것이 감정조절에 효과가 있었다면, 다음에 A나 A’의 방법을 사용한다. 또 B로 했더니 결과가 별로였다면 다음엔 C의 방법을 사용해 본다. 감정에 대해 스스로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정서적인 메타인지가 활성화되면 감정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판단도 가능해진다. 어떨 때 화가 나는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슬프고 괴로운지 객관적인 위치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또 감정이 일어난다면 어느 정도 크기인지까지 살펴볼 수 있다. ‘화’의 정도를 1부터 10까지 나누고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메타인지 작용을 통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울한 감정을 심하게 겪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등교수업이 중단되고 집에 오랜 시간 혼자 있다 보니 외로움을 느꼈고 점점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하지 못했는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도 잘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 아이에게 정서적 메타인지가 작동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알고 어떻게 해야 이 감정을 날려버리거나 작게 만들지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적용해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나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데이터로 쌓을 수도 있고 내 감정을 조절한다는 자신감도 얻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완벽한 감정조절을 기대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메타인지는 학습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전반을 움직이는 상위의 인지 시스템이므로 교육에서 메타인지적인 접근이 정서적 측면에서도 유용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서적 측면의 메타인지가 발달한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떠올랐을 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정서적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학습에 있어서 정서의 영역은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음이 불안한 아이들은 학습에 동기유발도 좋은 결과도 어렵다. 정서 조절이 가능한 아이는 학습에서도 메타인지를 발휘하여 자기주도 학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자 한다면 학습 메타인지와 더불어 정서적 메타인지도 함께 챙겨야 한다. 넓은 범위에서 아이들 삶에 중요한 것이 정서적 메타인지다. 특히 지금처럼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데 유용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어 일어난 감정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정서적 메타인지에 주목하자. 학습적 메타인지가 완성되기 위한 필요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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